2만 여 작품 전시 꼭두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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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린 길잡이 꼭두 어때요?” 박선우양이 직접 밑그림을 그린 꼭두 도자기 인형을 들고 웃고 있다.

서양에 천사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꼭두가 있다. 꼭두에 얽힌 깊은 의미는 즉흥적인 사고에 익숙한 요즘 어린이들에게 조상들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알려준다. 서울 동숭아트센터 꼭두박물관을 방문하면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꼭두에 대한 설명과 함께 흥미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꼭두란 우리나라 전통장례의식에 쓰이는 상여를 장식하는 조각품의 일종이다. 사람이나 동식물의 모양을 한 나무조각품을 통틀어 부른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사람을 보호하고 인도하는 역할을 해왔다. 꼭두박물관 방윤정 에듀케이터는 “죽음과 관계된 특성 때문에 예전에는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꼭두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고 해학적인 뜻이 알려지면서 가치를 다시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꼭두박물관에는 2만여 점의 꼭두가 전시돼 있다.

꼭두는 맡은 일에 따라 생김새도 제각각이다. 조선후기 상여에 장식되는 꼭두는 총 4가지 쓰임을 가지고 있다. 말을 탄 사람형상의 꼭두는 죽은 사람이 길을 잃지 않도록 올바르게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창과 같은 무기를 든 꼭두는 각종 나쁜 기운과 악귀로부터 사람을 보호한다. 자질구레한 심부름을 하는 꼭두도 있다. 주로 고운 한복을 입은 여성의 형태를 하고 죽은 사람의 힘든 일과 귀찮은 일을 도맡아 처리해준다. 장난감을 든 광대 모양의 익살스러운 꼭두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위로의 역할을 한다. 떠나는 자를 기억하며 우리 조상들이 조각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담아 정성껏 만든 작품이다. 상여는 이 같은 꼭두가 적게는 수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까지 장식된다.

박물관에선 꼭두와 관련된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형태가 잡힌 백색 도자기모형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아크릴물감으로 채색하면 나만의 ‘호랑이와 꼭두’조각품이 탄생한다. 백색 초 모형에 캔들클레이 점토를 녹여 자유롭게 장식하면 예쁜 꼭두캔들을 만들 수 있다. 이밖에 꼭두를 주제로 한 애니북과 어두운 곳에서 길을 안내해주는 빛상자수호등처럼 유치원생부터 초등 고학년까지 즐길 수 있는 체험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체험은 요일별로 다르게 진행되며 참여비는 1만원 내외다. 꼭두박물관을 방문한 박선우(서울사대부초 2)양은 “우연히 방문했다가 꼭두에 담긴 재미있는 의미들이 호기심을 갖게 돼 제작 체험에 세 번째 참여 중”이라고 말했다. “내가 색칠한 전구 아래로 알록달록한 빛이 새어 나오는 빛 상자수호등을 만들 때가 제일 흥미롭다”고 말했다.

사전에 전화로 예약하면 꼭두 전시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도슨트에게 들을 수 있다. 30분간 전시장을 돌며 설명을 들은 뒤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준비돼있다. 방 에듀케이터는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꼭두는 생소한 개념이라 집중해서 듣는다”고 말했다. “꼭두의 역할이 서양의 천사와 익숙해 아이들도 쉽게 이해하고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과 고학년에 맞춰 활동지도 제공한다.

꼭두박물관 관람하려면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월 휴관)
·요금: 어른 5000원/어린이 3000원
·위치: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문의: 02-766-3315
·홈페이지: www.kokdumuseum.co.kr
·체험: 호랑이와 꼭두/꼭두캔들 만들기/꼭두애니북/빛상자수호등 외
※자료=꼭두박물관 제공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최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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