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등 대기업들의 올림픽 성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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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글로벌 마케팅'에 나선 국내 기업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거둔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올림픽이 국가 대항전의 성격을 띠고 있고 기업 로고를 새긴 제품이나 응원도구를 사용할 수는 없지만 삼성 등 국내 굴지 기업들은 이번 시드니 올림픽을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호기로 삼아 올림픽에 출전한 소속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기를 은근히 기대했었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리가 건진 메달은 금메달 8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1개 등 모두 28개이고 이중 14개(하키, 야구 제외)는 기업체 소속 선수 개인이나 이들이 포함된 단체가 따낸 것이다.

특히 삼성은 47명의 소속사 선수들이 출전, 태권도의 김경훈(80㎏ 이상급), 이선희(-67㎏급, 이상 에스원) 등이 금메달 2개, 배드민턴 남복식 이동수.유용원조(삼성전기), 김인섭(삼성생명) 등이 은메달 2개, 레슬링 자유형 문의제(삼성생명), 배드민턴 남복식 김동문.하태권조(삼성전기), 탁구 여자복식조의 류지혜(삼성생명) 등이 동메달 3개를 따냈다.

한국이 따낸 전체 메달 가운데 절반은 대기업 소속 선수들이, 대기업 소속 선수들이 따낸 메달의 정확히 절반을 삼성이 일궈낸 셈이다.

삼성은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고 자부하고 있지만 큰 기대를 걸었던 마라톤의 이봉주(삼성전자)가 등외로 처져 다소 아쉬워하는 분위기다.

다른 기업의 경우 인천제철의 오교문(남자 양궁단체), 주공의 심재권(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4㎏)이 금메달을 보탰고 대구은행의 이주형이 평행봉과 철봉에서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주공의 장재성(레슬링 자유형 76㎏)과 ㈜두산의 조민선(유도 여자 -70㎏급)도 동메달을 따냈다.

4대 그룹중에서는 삼성만이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맛을 봤을 뿐이고 현대, LG, SK 등은 야구, 농구 등 단체경기에만 소속 선수들이 출전, 메달 획득의 짜릿한 맛을 보지 못했다.

삼성은 또 이건희 회장이 IOC 위원 자격으로 여자 육상 100m 우승자 등에 메달을 걸어줌으로써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거뒀다.

체육계에서는 재벌 그룹들이 축구, 야구, 농구 등 인기종목에만 치우칠 것이 아니라 하키, 펜싱 등 비인기 종목에도 관심을 두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장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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