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주간 MVP 린 … 끼도 만만찮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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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프로농구(NBA)에서 ‘린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제러미 린(23·뉴욕 닉스·사진). 그는 농구 실력뿐만 아니라 엔터테이너로서도 특별한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1970년대 대만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다섯 살 때 농구를 시작한 린은 학점(GPA) 4.2의 최상위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해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입학했다. 2010년 NBA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한 그는 우여곡절 끝에 골든 스테이트에 입단했지만 1년 뒤 방출됐다. 지난해 12월 뉴욕 닉스에 입단한 뒤 주전들의 줄부상 속에 출전 기회를 얻은 그는 최근 5경기에서 경기당 26.8득점·8도움을 기록해 ‘황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NBA가 선정한 동부콘퍼런스 주간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혔다.

 린이 대학 시절 제작해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 올린 ‘하버드대 입학하는 방법’은 조회 건수만 150만 번을 넘겼다. 그가 제시한 방법은 ▶특별한 악기 연주 ▶시험 보는 요령 키우기 ▶공부와 운동 병행 ▶시사(時事)에 관심 갖기 ▶큰 안경 착용 등으로 평범하다. 그러나 린은 70~80년대 한국에서 유행한 잠자리테 안경을 썼고,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연주한 뒤 트라이앵글을 치며 “이건 아무도 못 한다”고 재치 있게 표현했다. 컴퓨터게임을 통해 시험 보는 요령을 키우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면서 드리블과 패스를 연습하는 등 특이한 모습을 보였다. 훈련 중 구구단을 외면서 답이 틀리자 날아든 농구공에 맞기도 한다.

 ‘린의 하루’라는 영상에서는 오전 6시에 기상해 오전 체력훈련과 오후 기술훈련을 소화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훈련을 마친 뒤 옷을 짜자 땀이 줄줄 새어 나오는 걸 보며 “역겹다”고 얼굴을 찡그렸다. 아시아계 학생들의 파티에서는 춤과 노래를 선보여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USA투데이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NBA에서 가장 즐거움을 주는 포인트 가드’ 설문조사에서 린은 리키 루비오(미네소타)와 함께 30%의 지지율로 1위에 올라 있다. 린의 인기는 실력과 학벌 외에도 끼가 만든 것이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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