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얘기하라고 한다면, 모르는 얘기다.”(1월 18일)
“모두 박희태를 위해서 한 일….”(2월 13일)
박희태(사진) 국회의장이 13일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한 달여 만에 나타난 그의 태도는 이전과 달랐다. 지난달 18일 해외 순방을 마치고 회견장에 섰던 박 전 의장은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모르는 일”이란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나 13일 기자회견에서 박 의장은 “전당대회 행사는 축제 속에서 진행되는 일종의 집안잔치”라며 “그런 분위기 때문에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가지 관행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많은 사람을 한곳에 모아야 하고, 그간 다소의 비용이 들었던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고도 했다.
자신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해 당선된 2008년 7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때 돈봉투가 오갔음을 사실상 공개 시인한 셈이다. 박 의장의 발언이 바뀌기까지 국회의장실은 사상 초유의 압수수색을 당했고 측근들은 줄줄이 검찰에 소환됐다. 그를 도왔던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박 의장은 “당내 경선 때문에 이렇게 큰일들이 일어난 건 사상 초유의 일이 아닌가 싶다”는 말도 했다.
이어 박 의장은 “정치 풍토가 한 점 오염되지 않는 식으로 전개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사과한 뒤 “모두 박희태를 위해서 한 일이기에 저에게 책임을 돌려달라. (특히 김 전 수석은) 아무런 정치적 야망도 없이 오로지 우정에서 비롯된 일들 때문에 장래가 막히는 참담한 일을 당해 너무나 가슴 아프다”고 호소했다.
회견에서 박 의장은 여당(민정당) 장수 대변인 출신답게 “자라나는 언론인 여러분. 저는 정치 초년병부터 언론인 속에서 컸다. 초선 의원 때 대변인을 3년4개월 하면서 여러분과 한식구처럼 동고동락했다. 그런 여러분을 두고 떠나려고 하니까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는 “창랑자취(滄浪自取·칭찬이나 비난 등이 모두 자신의 잘잘못에 달렸다는 뜻)다”라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그의 국회의장 사퇴서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