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연금은 아내 명의로 가입해야 유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9면

1955~63년에 출생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 시기에 태어난 인구는 약 700만 명으로 우리 인구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은퇴한다면 앞으로 25~30년간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은퇴 준비는 낙제점에 가깝다.

13일 피델리티가 발간한 ‘피델리티 은퇴백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같은 연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아 은퇴 후 단 한 푼의 연금도 받지 못하는 베이비부머의 비율은 25.2%에 달한다. 연금을 받는 베이비부머라도 대부분은 평소의 소비 수준을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베이비부머의 43.7%는 노후 대비용으로 한 개의 연금 상품에만 가입하고 있는데, 은퇴 이후 받는 돈은 평균 58만1000원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은퇴소득대체율은 42%로 50%를 넘는 미국·독일·영국 등 선진국 비해 크게 떨어지고 있다.

 피델리티는 행복한 노후를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으로 짜인 이른바 ‘연금 3종 세트’에 가입할 것을 주문했다. 국민연금을 기본으로, 기업에서 굴려주는 퇴직연금을 통해 모자라는 부분을 채운 뒤, 개인이 스스로 가입하는 개인연금을 통해 여윳돈을 마련하는 식으로 노후 재테크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런 3종 세트를 갖출 경우 은퇴 후 받을 수 있는 예상 수급액은 152만6000원으로 크게 늘어난다.

 이젠 80세가 아닌 100세까지 사는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다가오는 만큼 은퇴 후 자산관리 패러다임도 바꿔야 한다. 은퇴 후 모아둔 돈을 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남는 자산을 운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자금을 불리는 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피델리티자산운용 서진희 상무는 “나이에 맞는 자산관리 방법을 택해야 하는데, 잘 알려진 것이 100에서 자신의 나이를 빼는 투자법”이라며 “예컨대 현재 나이가 65세라면 35%만 위험자산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펀드 같은 실적배당 상품에서 돈을 빼내 쓴다면 일정 금액을 인출하는 ‘정액 인출’ 방식보다는 ‘정률 인출’ 방식이 안전하다. 마이너스 수익을 내더라도 자산이 줄어드는 속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투자한 원금을 최대한 지킬 수 있다. 또 은퇴 후 금융상품에 가입하려 한다면 아내의 명의로 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유리하다. 보통 아내가 남편보다 6년 정도 더 오래 살기 때문에 더 많은 금액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퇴소득대체율

은퇴 이후 실제로 받을 수 있는 예상 연소득이 은퇴 직전 받았던 연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 2009년 현재 우리나라 근로자 가계의 은퇴소득대체율은 42%로 미국(58%), 독일(56%), 영국(50%) 등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는 은퇴소득대체율이 60~70% 정도 돼야 안정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