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신 '수익률보전펀드'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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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신이 외환위기 당시 `러시아 채권펀드'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본 고객들을 대상으로 `수익률 보전펀드'를 불법 운용했으나 이펀드마저 주가하락으로 손실이 커진채 만기가 도래하자 또다시 확정수익률을 제시하며 고객들로부터 자금을 재유치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 소속 조재환(趙在煥. 민주당) 의원은 29일 "한국투신이 지난 96년과 97년 러시아 공사채에 투자해 원금을 날린 `듀얼턴 공사채 투자신탁 3호, 4호'의 가입고객을 상대로 지난해 7월부터 손해본 원금의 1-5배를 추가입금할 경우 1년내에 손실원금 전액과 함께 일정규모의 추가수익율을 보장하는 조건으로 `수익률 보전펀드'를 만들어 운용해왔다"고 밝혔다.

한국투신은 이 과정에서 회사측이 수익률을 보장하는 대신 고객은 `러시아 펀드'와 관련된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서까지 받아낸 것으로 확인됐다고 조 의원측은 지적했다.

한국투신은 이런 방식으로 고객들로부터 5천억원 가량을 재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새로 조성된 펀드는 1천억원 가까운 손실만 입고 금년 7월부터 만기가 도래하자 고객들에게 원금의 일부를 지급하고 또다시 확정이자율(연 9.1%)을 제시하며 `대표 신탁형' 등 신상품을 판매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투는 또 지난 26일 정부와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경영정상화 플랜을 체결하면서 `수익률보전펀드' 운용과정에서 발생한 손실 가운데 978억원을 신탁재산임에도 불구, 특별손실로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조 의원측은 "한투측이 고객들에게 법적으로 구속력이 없는 이면각서까지 제시하면서 수익률 보전펀드를 운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국민의 혈세인 5조원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한투측이 이같은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은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조 의원측은 또 "한투측이 `러시아 펀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보전해 주겠다고 약속함으로써 일반 투자자들과의 형평성 시비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한투측이 향후 `대표신탁' 등 신상품에서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고객들에게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서울=연합뉴스) 정재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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