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수사 대상 수십 명” 소문 … 리그 파행 불가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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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경기에서 홈팀 선수를 위한 화려한 등장 음악과 소개는 없었다. 서울 연고팀인 남자부 드림식스는 조용히 코트에 등장했다. 이들은 상대인 대한항공 선수단과 나란히 코트에 서서 90도로 머리를 숙였다. 최근 경기 조작사건과 관련한 사과의 의미였다. 경기는 대한항공이 드림식스에 3-1로 이겼다.

 프로배구는 남은 일정을 어렵게 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구단 단장들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회의 하루 전인 10일 상무 신협은 한국배구연맹(KOVO)에 잔여 리그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단장은 리그 중단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OVO는 남은 리그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상무 신협의 남은 10경기도 부전패 처리키로 했다. 상무 신협과의 경기가 남은 팀들은 자동적으로 세트 스코어 3-0으로 승리, 승점 3점을 얻는다. 박상설 KOVO 사무총장은 “일부 단장이 리그 중단을 주장했다. 그러나 아직 혐의가 드러난 선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리그 중단은 불필요하지 않으냐’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구속된 염모(30)씨와 수사를 받고 있는 박모(24)·임모(27)씨, 승부 조작 가담 사실을 자진신고한 홍모(27)·최모(28)씨에 대해 선수 자격을 일시 정지시켰다. 박 사무총장은 “검찰 수사 종료 후 최종 징계를 결정하겠다. 최종 혐의가 확인되면 초강경으로 징계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KOVO는 프로배구 자정 결의대회를 열기로 했다. 배구팬들에게 공식 사과하는 자리다. 13일 오후 2시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연맹과 전 구단 프런트 및 선수단이 참여한다.

 KOVO가 대책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검찰은 여자배구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수사 대상이 수십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설도 있다. 소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잔여 리그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날 장충체육관을 찾은 한 배구인은 “요새 같아서는 예전에 배구했다는 말을 하기 창피할 정도”라고 말했다. 김건태 심판위원은 “심판들도 이번 사건을 전혀 알 수 없었다” 고 말했다.

 한편 경기 조작으로 무거워진 분위기에도 이날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경기는 6485명의 관중이 들어차 올 시즌 최다 관중 기록(6328명)을 경신했다. 삼성화재가 3-1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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