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노트북을 열며

중국발 일자리 전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4면

한우덕
중국연구소 부소장

결국은 일자리다.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선거에서도, 각국 경제 정책에서도 최고 화두는 일자리 창출이다. 심지어 남의 나라 일자리를 빼앗으려 넘보기도 한다. ‘일자리 전쟁’이다. ‘중국으로 갔던 일자리가 돌아온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는 이를 보여준다. 월스트리트 저널·비즈니스위크 등은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이 악화되면서 현지 미국 기업이 공장을 다시 본국으로 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슬릭 오디오(헤드폰), 체서피크 베이 캔들(방향제), 포천 브랜드(자물쇠) 등 ‘귀환 용사’의 이름도 거론된다. 미국 전문가들은 ‘일자리 이동(job shift)의 전조’라며 환호하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일자리 블랙홀’이었다. ‘세계공장’으로 부상하면서 세계 일자리도 빨아들인 것이다. 그들은 이제 고급 일자리도 위협한다. 재봉틀을 돌리던 노동자들은 TV·컴퓨터·핸드폰 등을 넘어 이제는 비행기까지 만든다. 톈진(天津)의 에어버스 공장은 이를 보여준다. 톈진 공장이 아니었다면 유럽 노동자에게 돌아갔을 일자리다. 월지의 보도는 이 같은 흐름에 반대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노동자 임금은 연평균 15%(최저 임금 기준) 안팎 올랐다. 2015년까지 두 배 더 올리겠다는 게 중국 정부의 방침이다. 그럼에도 광둥(廣東)성·상하이 등 동부 지역 기업들은 노동자를 구할 수 없어 아우성이다. 게다가 빈발하는 노동자 시위도 골칫거리다. 우리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일자리 블랙홀’에 가장 많이 빨려 든 나라가 바로 한국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나라 최고 경쟁 상품이라는 삼성반도체마저 현지 생산 체제를 늘리는 실정이다.

 대규모 ‘일자리 이동’이 현실화될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다만 ‘생산비와 시장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이 중국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을 버릴 때가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생산비, 브랜드 이미지, 물류, 납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한국에서 생산하는 게 맞다’는 계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공격적일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를 서방 기업의 중국 시장 전초 기지로 키우자는 얘기다. 그게 바로 유럽연합(EU)·미국·중국 등을 아우르는 ‘FTA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이유다. 관건은 역시 기업 환경 개선이다. “한국에 가면 저렴한 비용, 높은 기술력, 안정된 노사 관계 등의 이점을 누릴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우리는 ‘중국발(發) 일자리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될 수도 있다.

 선거의 해 우리나라의 화두는 복지다. 일자리 창출 이상의 더 큰 복지는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해외에서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기업에 이전 비용의 20%를 지원하겠다”며 ‘전쟁’에 뛰어들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우리나라 정가에서는 ‘일자리 전쟁’을 겨냥한 정견은 보이지 않는다. 우리 선거에서도 그런 비전을 제시하는 후보를 찾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