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 세 자녀 숨진 지 열흘 만에 발견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57호 04면

목사 부부의 세 자녀가 한꺼번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1일 오전 9시50분쯤 전남 보성군 보성읍 옥평리의 한 교회 사택에서 이 교회 목사 박모(43)씨의 네 자녀 중 큰딸(10·초등 3학년)과 큰아들(8·초등 1학년), 둘째 아들(5) 등 세 명이 숨져 있는 것을 아이들 고모부(55)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금식기도로 병 고치려 했다”… 경찰, 부검 의뢰

박씨 아내에 따르면 큰딸은 지난 1일 오후 10시쯤, 8살 아들은 2일 오전 5시쯤, 막내는 2일 오후 7시쯤 숨졌다.
경찰은 일단 박씨 부부의 진술을 토대로 세 어린이가 감기와 합병증으로 숨졌을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3명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질병으로 한꺼번에 숨지기는 쉽지 않아 약물 중독, 영양결핍, 안수기도 과정의 질식 등 다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자녀들의 사망시점에 대해 목사 부부의 진술이 엇갈리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박씨는 자녀가 모두 일시에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아내는 이틀에 걸쳐 숨졌다고 진술했다. 박씨 아내로부터 “큰아이가 사망할 때 피를 토하고 거품을 물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

박씨 부부는 “일주일 정도 금식기도를 하면 질병이 치료되고 죽은 아이도 되살릴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줬지만 아이들 스스로 거부했다”는 진술도 했다고 한다.

앞서 박씨 부부는 지난달 16일 자녀들이 감기 증세를 보이자 화순의 한 소아과에서 한 차례 치료를 받고, 일주일 분량의 약을 처방받았다. 이후 특별한 치료 없이 집 안에서 기도를 하며 지낸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박씨의 주장처럼 자녀들이 처방받은 약을 일주일 동안 복용했는데도 증세가 악화돼 불과 5∼6일 만에 모두 숨졌다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박씨 부부는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 방문을 잠근 채 시신 곁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경찰은 자세한 사망 원인을 가리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은 박씨 부부를 유기 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방침이다. 막내딸(1)은 신고한 고모부가 보호 중이다.

박씨 부부는 2009년 3월 옥평리의 한 단층 주택을 월세 20만원에 계약한 뒤 10여 명의 신도를 대상으로 목회 활동을 펴 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