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 vs 귀족 … 차기 총리 놓고 뜨거운 인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마야와티(左), 라훌 간디(右)

인도 정치 1번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 의회 선거의 막이 올랐다. 인구가 약 2억 명에 달하는 이번 선거는 8일 시작해 한 달 동안 일곱 차례에 나눠 진행된다. 표면적으론 주 하원 의석 403석을 뽑는 선거이지만 차기 총리 선출을 둘러싼 풍향계 성격이 강하다. 201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 1번지를 장악하려는 천민 출신 터줏대감과 인도 최고의 로열 패밀리가 맞붙고 있기 때문이다.

 주 의회에서 선출하는 주 장관(주지사에 해당)인 쿠마리 마야와티(Kumari Mayawati·56) 는 네 번 연임하고 있다. 전국 정당인 대중사회당(BSJ)을 이끌고 있는 그는 ‘달리트 퀸(Dalit’s Queen·천민의 여왕)’이라 불린다. 하층민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인도 특유의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에도 속하지 못하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 출신인 마야와티의 성공은 드라마틱하다. 힌두교 사원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카스트 계급의 사람들과 접촉도 허락되지 않는 불가촉천민에게 마야와티는 곧 꿈과 희망이다. 마야와티는 “달리트 출신 여성이라고 해서 총리가 되지 못하란 법은 없다”며 집권 의사를 밝혀 왔다.

 마야와티와 대척점에 선 인물이 집권 국민회의당(INC) 사무총장인 라훌 간디(Rahul Gandhi·42)다. 라훌은 진외증조부가 ‘인도 건국의 아버지’인 자와할랄 네루 초대 총리이며, 할머니가 인디라 간디 전 총리다. 아버지 라지브 간디도 총리를 지냈다. 국민회의당 당수이자 어머니인 소냐 간디가 자궁경부암 수술을 받아 후계 작업이 시급한 상황에서 4대 세습을 이루기 위해선 라훌이 차기 당수에 적합한 인물임을 증명해야만 한다. 라훌에겐 이번 선거가 단순 지방선거가 아니라 총리 시험대인 셈이다. 라훌은 2007년 주 의회 선거에선 마야와티에게 참패했다. 206대 22였다. 라훌이 곳곳을 돌면서 선거운동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이유다.

 40대 초반의 나이는 라훌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이번 선거와 2년 후 총선에서 INC가 모두 승리할 경우 고령인 만모한 싱(80) 총리에 젊은 피로 맞설 수 있다. 그러나 안정적인 정치를 펴고 있는 싱 총리가 세 번 연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마야와티의 약점은 수적 열세다. 현재 BSJ가 연방 의회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석은 21석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된 사치벽에 대한 비난 여론도 거세다. 고홍근 부산외대 인도어과 교수는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인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데다 마야와티는 하층민에게 신격화된 존재이기 때문에 여당이 승리하긴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거 결과는 다음 달 초 발표된다.

  민경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