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못 믿겠다 … 유로존 구제금융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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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루카스 파파디모스 총리가 9일(현지시간) 아테네에서 사회당·신민주의당 등 주요 정당대표들과 추가 긴축 협상을 벌였다. 같은 시간 에방겔로스 베니젤로스 재무장관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유로그룹)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유로그룹 회의에서 베니젤로스 장관이 라가르드 IMF 총재에게 힘줘 말하고 있다. [브뤼셀=블룸버그]

그리스 주요 정당이 추가 긴축에 합의했다. 재정위기에 빠진 그리스가 한시름 놓는가 했더니,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긴축안이 성에 차지 않는다며 구제금융 1300억 유로(약 193조3000억원)를 내주지 않았다.

 유로존 재무장관 모임인 유로그룹 의장인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 겸 재무장관은 10일 새벽(한국시간) “중요한 진척(정당 합의)이 이뤄지기는 했다”며 “하지만 재무장관들이 오늘 2차 구제금융을 지급하기로 결정할 만큼 충분한 요건은 갖춰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리스 정당 합의만으로 돈을 내줄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 유럽 재무장관들은 구제금융을 줄지 말지를 15일 결정하기로 했다. 융커 의장은 “약속보다 실천이 중요하다”며 “오는 4월 그리스 총선 이후에도 그리스가 긴축 약속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그리스는 세 차례 긴축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무장관들은 추가적인 조건 두 가지를 내걸었다. 그리스 의회가 주요 정당의 합의를 법으로 만드는 것과 그리스가 3억2500만 달러 긴축의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스는 긴축 목표치인 32억 유로 가운데 3억2500만 유로를 어떻게 달성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그리스 정당이 긴축안에 합의하고 민간 채권단이 손실분담(PSI)에 동의해야 구제금융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리스 정당의 합의안이 부실해 보이자 말을 바꿔 추가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스 의회는 12일 밤에 추가 긴축안을 표결에 부치기로 했다. 노동계는 정당 지도자가 공공 부문 인력 감축과 연금 삭감 등 추가 긴축을 합의하자 총파업에 들어갔다. 의회의 표결을 앞둔 압박 전술이다.

 그리스는 긴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한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제1·2·3당이 긴축안에 사전 합의해 법제화 가능성은 크다”며 “하지만 적잖은 의원이 고강도 긴축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주 일요일 의회 표결 결과에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 여부가 판가름 나는 셈이다.

“정당 합의론 부족” … 재무장관들 15일까지 구체적 긴축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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