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바보TV’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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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KT가 스마트TV를 통한 인터넷 접속을 차단한다. KT 스마트네트워크전략팀장인 김효실 상무는 9일 서울 세종로 광화문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일 오전 9시부터 KT의 유선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시청자들은 스마트TV를 통해 인터넷 접속이나 앱(응용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고 발표했다. 그는 “트래픽 과부하를 유발하는 스마트TV로부터 일반 인터넷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기존 인터넷TV(IPTV) 방송 시청이나 PC를 통한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는 변함없이 이용할 수 있다. 국내에 스마트TV는 100만 대가량 판매됐고, 이 중 10만 대가 스마트TV 서비스를 실제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스마트TV는 PC와 달리 고화질(HD)·입체(3D) 동영상 콘텐트를 전송하기 위해 데이터를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것이 KT의 입장이다. 동영상의 경우 IPTV 대비 5~15배, 실시간 HD 방송은 수백 배 이상의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KT는 “스마트TV를 통한 인터넷망 무단 사용을 방치하면 언젠가 전력대란 같은 통신망 ‘블랙아웃(blackout)’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KT의 접속 차단조치는 삼성 등 스마트TV 제조업체들을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KT와 SK브로드밴드·LG유플러스는 스마트TV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6월부터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스마트TV 제조업체에 “인터넷 사용 대가를 지불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LG 등 제조사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사전 경고 한 번 없이 갑자기 접속을 차단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횡포”라고 말했다. 그는 “스마트TV는 이제 막 태동한 시장으로 아직 꽃도 못 피운 상황”이라며 “어떤 경우에도 콘텐트와 플랫폼을 포함한 스마트 생태계를 고사시켜 소비자에게 피해가 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방송통신위원회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방통위는 “접속 차단이 전기통신사업법상 이용자 이익을 침해하는지 검토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KT를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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