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김효재 돈봉투 살포 지휘 의혹 보고 받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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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 9일 자정 무렵 서울 하월곡동 자택 입구에서 본지 사진기자에게 ‘사진은 찍지 말라’며 손을 내젓고 있다. 김 수석은 이날 사퇴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가 무슨 죄인이냐”며 “대답은 일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 검찰의 소환을 앞두고 있다. [강정현 기자]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김효재(60) 청와대 정무수석이 당시 돈봉투 살포 과정을 총지휘했을 것으로 보고 조만간 김 수석을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

검찰은 박희태 국회의장의 전 비서 고명진(40)씨가 최근 “2008년 7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고승덕(55) 의원 측으로부터 돌려받은 300만원을 박희태 당시 당대표 후보 캠프 재정 담당자였던 조정만(51) 국회의장 정책수석비서관에게 줬으며, 당시 캠프 상황실장이던 김 수석에게도 보고했다”고 진술함에 따라 김 수석 소환 방침을 결정했다. 검찰은 앞서 안병용(54·구속 기소) 새누리당 은평갑 당협위원장에게서 당협 사무실들에 대한 2000만원 살포 지시를 받았던 은평구의원 김모씨로부터 “박 후보 캠프 사무실에서 김 실장을 만나 인사를 나눈 뒤 김 실장 책상에서 2000만원이 든 돈봉투를 들고 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김 수석의 거취 표명 여부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김 수석은 고씨 진술에 대해 묵묵부답이었다”며 “김 수석에 대한 이 대통령의 신임에도 아직은 변화가 없으며 김 수석도 ‘사의 표명한 일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청와대 일각에서는 김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8일 오전 4시30분(한국시간 10시30분)에 보고를 받고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한편 고명진씨는 이날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는 ‘고백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그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박 의장 캠프 관계자들이 허위진술을 하도록 요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조 수석비서관을 소환 조사했으며 박 의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검토 중이다.

박 의장은 사퇴 발표 후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효재 수석에 대해 “그 사람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내가 모든 걸 짊어지고 가겠다고 한 만큼 혹시 관련된 사람이 있다고 해도 (검찰이) 더 이상 문제 삼지 말아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

김효재, 돈봉투 지휘 의혹 … 곧 소환
사우디서 보고 받은 MB 아무 말 없이 굳은 표정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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