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개혁 공세에 … 전경련 “소상공인 지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8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2012년 제1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회가 열렸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앉아 있는 사람 왼쪽부터) 뒤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뒷줄 왼쪽)이 자리로 가고 있다. [연합뉴스]

8일 오전 11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이사회가 열린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 별관 그랜드볼룸. 허창수(64) 전경련 회장은 입을 꾹 다문 채 회의장에 들어섰다.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참석자들에게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의 결의문을 채택하고자 하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었다. 이의 제기는 물론 박수소리도 없었다.

한 참석자는 “왜 이런 걸 하느냐고 묻지도, 그렇다고 정말 좋은 생각이라며 크게 호응할 분위기도 아니었다”고 전했다.

 전경련이 이사회에서 ‘서민생활 안정과 경제활력 회복을 위한 경제계 다짐’이라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2003년 8월 ‘경제난국 극복을 위한 경제계 제언’이라는 결의 이후 8년7개월 만에 나온 이사회 결정이다. 전경련 임상혁 산업본부장은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대기업 개혁 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재계 스스로의 오만함을 씻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공유됐다”고 설명했다.

 결의문은 ‘경제계는 민생안정과 경제활력 회복, 사회통합과 공생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는 취지를 앞세웠다. 특히 서민생활을 강조하면서 지금까지의 기업활동을 되짚어 보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들은 소상공인들과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자유롭게 영업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돕기로 했다.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발표문에는 특정 업종을 명시하지 않고 철수나 자제 같은 표현도 넣지 않았다. 하지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여 차세대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육성한다’는 부분에서는 서민이나 중소기업들의 영역을 침해하지 않고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사업에 힘쓰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권오인 경제정책팀장은 “정치권에서 경쟁적으로 재벌정책을 내놓기 전에 이런 결의가 있었더라면 진정성이 더 느껴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한편 전국 시장상인들의 모임인 전국상인연합회는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유통사주 경계를 발령합니다’라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대형마트와 기업형수퍼마켓(SSM)의 무분별한 골목상권 침투를 두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채승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