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나현, 역습으로 승기 포착

<본선 8강전> ○·나현 초단 ●·쿵제 9단

제7보(75~86)=쿵제 9단의 공격은 처참한 실패로 돌아갔다. 나현 초단은 백△로 역습을 가하며 거꾸로 우상 흑을 압박해 갔고, 그 와중에서 중앙의 미생마(백◎ 7점)마저 자연스럽게 구출(?)됐다. 이 과정은 이상하다. 모든 기량에서 나현보다 한 수 위인 쿵제가 이렇듯 무기력하게 실패의 궤적을 따라간 것이 신기하다.

　의문의 해답은 쿵제의 이율배반적 심리상태에서 찾아야 한다. 공격은 대담해야 한다. 자신의 진영이 무참하게 허물어지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디며 일격 필살을 노리는 공격은 의외로 성공 비율이 높다. 또 하나는 위장 공격이다. 공격을 하는 체하며 살짝 이득을 보거나 잽으로 견제하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공격인데 역시 성공 비율이 높다. 한데 쿵제는 총공격도 아니고 위장 공격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로 공격에 나섰다. 두어 걸음 전진하다가 스스로 진흙탕에 빠지는 느낌이 들자 서둘러 철수했는데 그때는 이미 늦었다.

　75, 77로 수습에 나서는 쿵제의 모습이 조금 처량하다. 81은 구사일생의 수. ‘참고도1’ 백1로 받으면 4까지 백을 잡게 된다(81로 당장 ‘참고도2’처럼 절단을 결행하는 것은 백8로 안 된다).

　85까지 포위망을 돌파했으나 계속 쫓기는 신세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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