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거부권 역겨운 표결 … 미, 원색 비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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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리아 알아사드 퇴진 찬성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가 4일(현지시간)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유혈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안 표결에 참석해 오른손을 번쩍 들어 찬성 표시를 하고 있다. 라이스는 거부권을 행사한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해 “역겹다”고 비난했다. [뉴욕 로이터=뉴시스]

시리아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유혈 진압을 중지시키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는 4일(현지시간)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유혈 진압 중지와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15개 안보리 이사국 중 13개국이 찬성했지만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결의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그러자 두 나라를 향한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시리아와 중동지역의 국민들, 또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독재자들을 지원하는 (러시아·중국의) 표결에 역겨움을 느낀다(disgusting)”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특정 국가를 겨냥해 ‘역겹다’는 표현까지 사용한 건 외교가에서 드문 일이다.

 결의안 표결에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알아사드는 자신의 국민을 죽이는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하며, 즉각 물러나고(step aside) 민주적 정권 이양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 표결 하루 전인 3일부터 4일 새벽 사이에 시리아 반정부 시위의 거점 도시인 중부 홈스에서는 정부군이 시위대에 대해 박격포 공격을 퍼부어 260여 명이 사망했다고 시리아 반정부단체들이 주장했다. 유엔은 지난 11개월 동안 시리아 정부의 민간인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모두 5400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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