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마광수'가 쓴 성애 탐구

중앙일보

입력

하나무라 만게츠(45)는 과연 '일본의 마광수' 답다.

아니 그 이상이다. 한국 사회에서 외설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장편소설 〈게르마늄의 밤〉후속편인 〈왕국기, 브에나 비스타〉 중간부분을 보자. 그 대목은 노골적이고 즉물적인 묘사로 채워진 변태적 섹스가 '엄격한'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사뭇 적나라하다.

그러면서 외설적이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하긴 일본 사회에서의 평가도 나쁘지 않다.

그곳의 평론가들은 '사고에서 도덕과 관습을 배제함으로써 거꾸로 신이란 무엇인가를 묻는 작품' 쪽으로 대강 긍정적 합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게르마늄의 밤〉은 제119회 아쿠다가와상을 받았는데, 이 대목은 일본 문학의 유연함으로 읽어도 좋을 듯 싶다.

〈왕국기, 브에나 비스타〉 는 두 개 부분 '브에나 비스타' 와 '살생의 봄' 으로 각각 이뤄졌다.

이중 '브에나 비스타' 는 신으로부터 버림받았다고 느껴 수도생활을 그만두고 떠나는 주인공 아카바네의 시선으로 현대인의 비참함을 그린다.

서술은 매우 팽팽해서 헐겁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살생의 봄' 도 마찬가지. 신이 되고자 하는 한 사나이의 이야기가 노동으로 찌든 일상의 에피소드와 함게 전개된다.

이 작품을 어떻게 볼까. 분명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은 아니지만, 애정을 가지고 읽어도 근대의 고전 같은 품격 같은 것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나무라 만게츠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계속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해 소개된〈게르마늄의 밤〉은 18세 이하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어 출간된 그의 또 다른 작품 〈울〉도 역시 판매금지됐다. 이번 작품도 역시 한차례 사회적 여과가 이뤄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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