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시장원리와 무관"

중앙일보

입력

세계적 문인과 석학들이 서울에 모여 21세기 문학의 흐름을 살핀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경계를 넘어 글쓰기-다문화 세계 속에서의 문학' 을 주제로 '2000년 서울 국제문학포럼' 을 2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다.

이번 포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이지리아 출신 월레 소잉카, 세계적 사회학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부르디외, 불가리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등 10개국 19명의 문인과 학자, 김우창.유종호.황석영.이문열씨는 55명의 국내문인이 참가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벌이게 된다.

세계적 문인과 석학들이 서울에 모여 21세기 문학의 흐름을 살핀다.

대산문화재단(이사장 신창재)은 '2000년 서울 국제문학포럼' 을 26-28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갖는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경계를 넘어 글쓰기-다문화 세계 속에서의 문학' . ' 이번 포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나이지리아 출신 월레 소잉카, 세계적 사회학자인 프랑스의 피에르 부르디외, 불가리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 등 10개국 19명의 문인과 학자, 김우창.유종호.황석영.이문열씨는 55명의 국내문인이 참가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벌이게 된다.

세계의 저명 문인들을 만나고 세계문학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이번 포럼의 모든 과정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http://www.daesan.org)와 하이텔 홈페이지(http://www.hitel.net)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불어 동시통역으로 동영상 생중계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와 컨퍼런스홀에서 열리는 포럼에는 누구나 참관할 수 있으며 대산문화재단 펙스(02-725-5419)나 e메일(daesan@daesan.or.kr)로 신청하면 좌석도 배정받을 수 있다.

미리 내놓은 발제논문 '위기 속의 문화' 에서 부르디외는 "상업논리가 예술작품 생산과 유통의 전과정에 관여하게 됨으로써 예술의 자율성의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다" 고 현재의 문화전반을 진단했다.

특히 문학과 예술의 경우 사회나 경제적 법칙과는 전혀 다른 고유의 법칙에 의해 자율적으로 기능하는 것인데도 선진국에서는 이 자율성이 경제법칙에 의해 지배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나 독재체제에서는 문화를 정권이 검열했는데 이제는 금권이 검열하는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또 상업적으로 대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세계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기를 강요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압살하고 있다고 부르디외는 선진국의 문화 생산과 수용양상을 비판했다.

모름지기 문화란 투자한 것에 대한 회수의 가능성을 예견할수 없는 상태에서 지속적으로 투자해야된다는 부르디외는 세계적인 상업성의 범람과는 무관하게 문화.예술는 지원을 받아야만 다양하게, 자율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잉카는 '문학의 서쪽을 향한 정전, 동쪽을 향한 정전' 에서 한 문화의 규범이랄 수 있는 정전(正典)이 어떻게 문화의 다양성을 해치고 있나를 살핀다.

"나는 쓰고 싶었다/운이 맞는/한 편의 시를/그러나 혁명은 자신을 내맡기지 않았다/재즈에 맞춰 몸을 흔드는 일을" 로 시작되는 미국의 흑인 시인 니키지오바니의 시를 인용한 소잉카는 정전을 하나의 이념이나 창작 지침이 되어 문화를 황폐화시킨다고 보았다.

"정전을 뜻하는 'canon' 에 'n' 자 하나를 더 보태면 대포를 뜻하는 'cannon' 이 된다. 정전과 다른 작품에 쏴대는 경고성 발포로 시작되는 이 대포는 예외없이 창조적 공간에 직격탄을 쏘아댄다" 고 소잉카는 정전의 폐해를 강조했다.

서구 문학이 아프리카나 동양문학의 정전이 되고 있으며 공산주의 등 사회체제가거기에 맞는 작품만 모범으로 고르고 있는 것은 '규범적 권위주의' 라는 것이다.

때문에 소잉카는 "권위와 이를 개혁하려는 창조적 의지 사이의 끊임없는 투쟁" 의 산물이 정전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 최소한 우리는 인류 공동의 보편적 계몽을 위해 정전에 압살당한 지류(支流)들을 원상태로 복원해야한다" 며 문화의 민족주의.다원주의를 강조했다.

코소보 사태 당시 난민문제로 세계적 주목을 받았고 몇년째 노벨문학상 수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는 카다레는 '문학과 삶의 관계' 에서 "오늘날 만연하고 있는 저속한 취미로부터 문학은 스스로를 방어할 줄 알아야한다" 며 "훌륭한 문학은 시장의 법칙에 복종하기를 거부해야한다" 고 강조했다.

과학의 발전은 문학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고 본 카다레는 "인터넷에의한 문학의 장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인터넷은 위대한 문학, 다시말해 질이 높은 작품을 대체할 수 없다" 고 주장했다.

국제문학포럼 조직위원장인 문학평론가 김우창씨는 "우리와 세계가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 이라며 "우리 작가들은 의식의 테두리를 세계로 넓히고 외국 작가들은 한국을 그들의 의식범주에 포함하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이번 포럼을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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