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사격, 영원한 아마추어리즘

중앙일보

입력

올림픽의 이미지와 가장 배치되는 종목을 꼽으라면 상당수가 사격을 들 것이다.

인류의 평화와 화합을 기치로 내건 올림픽에서 현대전의 상징인 `총'을 사용하는 사격이 올림픽에 자리잡은 것은 어쩌면 역설적이기까지 하다.

그런 사격이 거대 스폰서와 프로선수들이 일으킨 상업화의 높은 파고에서 올림픽의 정신이라 할 순수 아마추어리즘을 가장 충실히 지켜가고 있는 점은 또 다른 역설이다.

국내에서 최근 여자공기소총 강초현(18.유성여고)의 선전으로 다소 상황이 달라지긴 했지만 세계적으로 사격은 아직까지 한번도 비인기종목의 굴레를 벗어난 적이 없는 만큼 기업들의 스폰서십도 사격선수들에게는 남의 얘기일 뿐이다.

더욱이 이미지를 생명으로 여기는 거대기업들이 매년 참극을 낳는 `총기'를 연상시킬 사격선수들을 광고모델로 쓸리는 만무한것.

이 때문에 인기종목인 육상, 축구, 수영 등의 일부 스타들이 광고모델료를 올릴수단으로 생각할 올림픽금메달을 사격선수들은 단지 피나는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여길 뿐이다.

여자 더블트랩 동메달리스트 킴벌리 로드(미국)는 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17살의 나이로 금메달을 따내 잠시 신데렐라로 떠올랐지만 이탈리아회사로부터 기증받은 8천달러짜리 총과 미국회사에서 받은 탄약집이 그가 받은 후원의 전부.

또한 라디오가게에서 일하는 트랩 금메달리스트 마이클 다이아몬드(호주)를 비롯 상당수 선수들이 자기 직업을 가진 `순수아마추어'라는 점이 사격의 특징이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80년대 초반부터 자국의 총기규제법안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미국총기협회(NRA)의 후원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사격팀의 `절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이번 대회를 위해 2천만달러(약 227억원)를 들여 첨단설비의 사격장을 신축한 호주정부의 `호의'는 사격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지켜가고 있는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보인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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