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링컨·간디·케네디 … 비범한 인물을 만든 특별한 계기 무엇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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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전
에드윈 키스터 주니어 지음
채인택 옮김
황소자리
336쪽, 1만7000원

이 책의 저자 에드윈 키스터 주니어(‘스미소니언 매거진’ 기자)는 독서시장에 등장한 인물 전기 분야의 다크호스다. 볼프 슈나이더(‘슈테른’ 전 기자)의 스테디셀러 『위대한 패배자』(을유문화사)를 유심히 읽어뒀던 독자라면, 함께 기억해둘 새 저술가이다.

 볼프 슈나이더는 “그나마 세상이 참을 만한 건 위대했으나 패배했던 이들의 울림 때문”이라며, 작품 단 한 점도 못 팔고 죽었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등의 삶을 되살려냈다. 반면 에드윈 키스터 주니어는 인물 평가에 엄정중립이다. 같은 저널리스트인 둘의 글 스타일이 정반대란 점도 흥미롭다.

 볼프 슈나이더가 풍부한 인문 교양과 박람강기(博覽强記)로 승부한다면, 에드윈 키스터 주니어는 간결하다. 평이하면서 좋은 필체를 깔끔한 우리말 번역이 잘 받쳐준다. 『위대한 패배자』가 고급반용이라면, 이 책은 범용성이 훨씬 큰데, 관심은 같다. 역사 인물들은 어떻게 세계사 물줄기를 바꿨을까, 무엇이 어떤 계기가 비범한 결심을 낳았을까다. 대상은 22명.

 카르타고의 한니발에서 옛 소련을 해체시킨 고르바초프의 극적 드라마를 압축해준다. 아쉬움은 상식적 인물이 좀 많은 점이다. 노예해방의 아버지 링컨이 목격한 충격적 노예 학대광경은 무엇일까. 왜 간디는 변호사를 포기했나 등이 그런 사례다.

 인생 역전 케이스(간디·링컨·가리발디), 유년시절에 새겨진 DNA를 실천한 인물(한니발·아인슈타인) 등 5개로 카테고리를 정했다. 신념의 화신으론 현대 터키의 아버지 케말 아타튀르크 등이 등장한다. 하이라이트는 맨 뒷장 ‘시간 속에서 조련된 명마’편이다. 존 F 케네디· 나폴레옹·엘리자베스 1세 등이 나온다.

상식이지만 인물 전기의 지존은 20세기 지성인 슈테판 츠바이크이다. 그의 명저 『카사노바·스탕달·톨스토이』 『에라스무스 평전』 등과 씨름하며 밤샘하기 딱 좋은 시즌이다. 『그들이 세상을 바꾸기 전』은 츠바이크의 『인류사를 이끈 운명의 순간들』과 닮은 컨셉트이나 등장인물은 사뭇 다르니 비교해 읽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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