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여자 400m 대결 무산 위기

중앙일보

입력

'생애 마지막 올림픽에도 기권할 것인가.'

시드니올림픽 육상 최고의 빅카드로 꼽혔던 마리 조세 페렉(32.프랑스)과 캐시 프리먼(27.호주)간 여자 400m 라이벌 대결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올림픽 400m 3연패를 노리는 페렉은 20일 밤 "스토커가 괴롭힌다"며 돌연 시드니 숙소를 떠나 런던행 콴타스항공편 티켓을 구입한 뒤 멜버른을 거쳐 21일 오전 중간 기착지인 싱가포르에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페렉은 21일 새벽 멜버른공항에서 그의 출국 소식을 접한 프랑스올림픽위원회 임원들과 만나 복귀를 종용받았으나 이를 거절했다고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프랑스 체육계 소식통들을 인용, 보도했다.

페렉의 스폰서인 `리복'은 21일 낮 공식 성명을 내고 "페렉이 호주에 온 뒤로 이곳 언론들의 지나친 관심에 스트레스를 받아온 터에 호텔에서 정체 불명의 스토커로부터 협박을 받고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페렉이 싱가포르에서 런던으로 떠났는 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리복도 다시 성명을 통해 "기권이 확정된 게 아니다"고 당초 발표를 번복해 22일 밤에 예정된 400m 예선에 나설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페렉은 프리먼을 꺾고 '96애틀랜타올림픽 400m에서 우승한 뒤 200m도 제패해 '여자 마이클 존슨'으로 떠올랐던 프랑스육상의 슈퍼스타.

97년 이후 만성피로증후근으로 트랙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는 지난해 옛 스승인 볼프강 마이어(독일)의 품으로 돌아가면서 컨디션을 되찾아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으나 프리먼과 맞붙을 때마다 상금과 컨디션을 이유로 기권하는 등 슈퍼스타답지 않은 돌출 행동으로 구설수에 시달려왔다.

한편 외국 언론들은 구동독 코치 시절부터 약물투여 의혹을 받아온 마이어의 과거 행적을 들어 이번 소동이 약물과 연관이 있을 지 모른다는 소문에 주목하고 있는 분위기다. (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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