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온난화와 싸울 무기는 원자력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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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오늘도 우리는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100년간이나 머물 지구 대기권에 내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조금씩 데워 가며 온난화라는 막다른 생태계의 골목으로 우리를 몰아가고 있다.

기후변화, 인구 증가와 함께 화석연료 고갈은 신재생에너지가 앞으론 더 큰 몫을 해야 한다는 걸 암시한다. 신재생에너지란 무진장한 자원으로 재활용과 함께 일반 가정이나 소규모 단지 에너지 자립에 한몫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턱없이 비싼 발전단가, 넘어야 할 수많은 기술 난제, 여의도 몇십 배가 될 부지 문제 등을 따져 볼 때 태양이나 풍력이 머지않아 가정용 너머 21세기 국가 주력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국내의 경우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이 2024년 8.9%까지 올라갈 전망이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체에너지 발전량으로 기록되고 있지만 실제 발전량으로 확인된 전력량이라기보다는 보급된 설비에 이용률을 곱해 발전량을 산정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신재생에너지 전원구성 비율은 정부가 제시한 보급 목표에 따른 것으로 실제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좀 더 검토가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2024년까지 원자력발전을 34기로 늘려 원전 비중을 48.1%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려면 국민의 이해를 얻는 것과 더불어 주변국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이를 바탕으로 이웃 나라에 대한 원전 관련 규제 및 통제 요구가 실행력을 가질 수 있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산업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 보호를 기본 전제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우리가 만든 한국표준형과 신형 경수로는 겨울 전력난을 뚫고 나갈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기도 하다. 1400㎿급 신형 경수로는 재작년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수출됐으며, 한국 고유형은 그 후속으로 운전 수명이 60년에 이르고 외부 전원이 끊겨도 최소 사흘은 원자로 안전 냉각이 가능하다. 이처럼 기술과 운영능력을 갖췄는데도 원전강국 대한민국에 대한 의구심이 가라앉지 않는 것은 국민 공감대 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당장 원자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해야 하는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풍력을 하려면 발전기 수십만 개를 설치해야 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자연환경은 망가지고 마는 것이다. 바람은 또 어디서 불러올 건가. 석유와 석탄 등은 언젠가는 바닥난다. 대안 없는 원전 반대 주장은 현실에 맞지 않다. 그렇다고 경제성과 효율성만 내세워 원전 의존정책만 고집할 수는 없다. 대체에너지 개발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 또한 부지 선정 과정에서 주민의 수용성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에겐 세 가지가 없다. 석유도, 석탄도, 대안도 없으니 원자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것이다. 원자력은 신재생에너지가 구현되는 그날까지 현재로서는 지구온난화와 싸울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원자력의 치명적 모순에도 불구하고 신재생에너지가 언젠가 우리를 구원할 때까지 원자력이 징검다리임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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