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27년 만에 다시 미 농촌마을 가는 까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5면

시진핑

미시시피강을 낀 미국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이란 시골마을이 요즘 분주하다. 27년 만에 이 마을을 찾을 중국의 차기 지도자 시진핑(習近平·습근평·59) 중국 국가부주석을 맞기 위해서다. 시 부주석은 1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을 만난 뒤 다음 날 머스카틴으로 향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보도했다. 시 부주석이 머스카틴과 인연을 맺은 건 1985년이다. 중국 허베이(河北)성의 전도유망한 공무원이었던 그는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아이오와주 테리 브랜스타드 주지사의 초청으로 머스카틴을 방문했다. 미국의 가축사육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머스카틴의 주민들은 낯선 중국 관리들을 따뜻하게 맞아줬다. 시 부주석은 농장도 둘러보고 야구경기도 구경했다. 이틀 동안은 외지로 공부하러 간 아들을 둔 민가에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1985년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왼쪽) 중국 국가부주석이 제럴드 파월 당시 지역대표로부터 기념품을 받고 있다. [머스카틴저널·WSJ]

 당시 추억을 간직한 시 부주석은 지금도 아이오와주 주지사인 브랜스타드가 지난해 중국을 방문하자 그를 반갑게 맞았다. “85년 4월 26일 당신 사무실에서 만났는데 기억하느냐”는 시 부주석의 말에 깜짝 놀란 브랜스타드는 미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그에게 초대장을 보냈다. 시 부주석의 머스카틴 방문은 외견상 브랜스타드의 초청에 응한 개인적인 일정이다. 마을에서도 27년 전 그와 만났던 사람들을 수소문해 차를 나누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행사를 준비 중이다.

 그러나 그가 백악관을 방문한 뒤 곧바로 시골도시로 날아가기로 한 데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 있다고 미국 언론은 보고 있다. 미국에 대해 늘 뻣뻣하고 경직됐던 현 지도자 후진타오(胡錦濤)와 달리 미국과 오랜 인연을 가지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제스처란 얘기다. 아이오와주의 옛 친구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줘 미 국민에게 부드러운 이미지로 다가가겠다는 것이다. 그의 방미를 앞두고 불거지고 있는 미·중 무역 갈등을 누그러뜨려보자는 포석도 엿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