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본 화장품 115년만에 백화점 체인 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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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백15년동안 작은 손가방을 들고 다니며 미(美)의 사절 역할을 했던 '에이본 레이디' (에이본 화장품 외판원)들이 미국에서 자취를 감출 것 같다.

에이본은 그동안 '딩동 서비스' 라는 애칭이 붙은 가정방문 판매를 고수해 왔지만 최근 미국 여성의 4분의 3 이상이 직장에 다니는등 전업 주부가 줄어든데다 인터넷 쇼핑몰의 급증으로 매출이 급감하자 백화점 진출 및 웹 사업 강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에이본의 얼굴에 새 화장을 하는 작업은 최고경영자(CEO)인 안드레아 정(41)이 맡고 있다.

프린스턴대를 졸업한 중국계 이민 2세인 정은 휴렛 패커드의 CEO인 칼리 피오리나와 종종 비교되는 여성 경영인이다. 1994년 에이본에 입사한 뒤 브랜드 관리 능력 등을 인정받아 5년 만인 지난해 CEO에 취임했다.

그는 매출 격감으로 주가가 50% 하락하는 등 악재 속에서 회사를 떠맡았다.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대폭적인 사업 전략 수정이었다.

97년 설립한 온라인 쇼핑몰 에이본닷컴을 소비자 기호에 맞게 다듬어 재출범시키고, 전국 곳곳의 쇼핑몰에 매장을 꾸며 젊은 직장 여성들을 집중 공략했다.

덕택에 지난해 영업 이익이 2년 만에 증가세(16%)로 반전했다.

그는 여세를 몰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내년 상반기부터 시어스 앤드 로벅과 JC페니 두 곳의 백화점 체인에서 에이본 제품을 판매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내년에는 해외 점포도 개설키로 했다. 50만명에 이르는 판매원들의 거취 문제가 당면 과제인데 일단 백화점 매장 구성과 온라인 마케팅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에이본은 1886년 창립자 데이비드 홀 맥코넬이 내놓은 향수로 출발한 회사. 영국 대문호 세익스피어의 출생지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다.

70년대 후반까지 인기 제품을 내놓으며 매출이 급신장했으나 이후 보석상 티파니 앤드 컴퍼니를 인수하는 등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부채가 늘고 암웨이의 M&A 표적이 되는 등 시련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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