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 "체육선생님 되고 싶어요"

중앙일보

입력

강초현. 시드니올림픽 첫 금메달을 놓고 0.2점차의 드라마같은 승부를 펼쳤던 소녀는 어느새 신데렐라가 돼 있었다.

인터넷에는 "강초현 멋있다" "강초현 너무 예쁘다" 는 등 칭찬과 격려의 글이 봇물을 이루고, 비인기 종목 선수로는 드물게 팬클럽까지 결성될 분위기다. 역경을 이겨낸 스토리에 감동한 독지가들의 돕겠다는 제의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 연예 기획사에서는 강이 대학을 마칠 때까지 매달 1백만원씩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불과 이틀 만에 스타로 부상한 강은 아직도 '신분 상승' 을 실감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18일 오전 이은철.임영섭이 출전한 남자 공기소총 경기장에서 강을 만났다.

- 한국에서는 '강초현 신드롬' 이 대단하다는데.

"아직 실감을 못하겠어요. 그러나 어제 3개 방송사와 인터뷰하느라 바빴어요. 유명세도 한때 아니겠어요. "

- 결선 마지막 발사 때 동점이던 낸시 존슨이 9.9를 쏜 걸 알았나.

"몰랐어요. 결선에서 순위가 어떻게 바뀌는지 몰랐고 쏘는 데만 집중했어요. 마지막 발을 쏘고 금메달은 안되겠구나 싶은 느낌이 왔어요. "

- 마지막 발 격발이 너무 늦었던 것 아닌가.

"한번 조준했다가 아니다 싶어 총을 내리고 다시 했어요. 첫 번에 쐈더라도 9.9이상 나오리란 보장이 없으니 운이라 생각해요. "

- 지난해 5월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을텐데.

"시드니에 오기 전 대전 국립묘지로 가서 "아빠, 도와주세요" 라고 인사하고 왔어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아빠예요. 제가 어릴 적부터 두 다리가 없는 아빠를 업고 다녔지만 아빠는 누구에게나 당당했고 저도 전혀 부끄럽지 않았어요. 살아계셨으면 좋았을텐데…. "

- 이은철과 의남매 사이라는데.

"지난 7월 애틀랜타 월드컵을 앞두고 은철 오빠가 먼저 제안했어요. 제가 은메달을 따는데 도움이 컸어요. 세세한 부분까지 잘 챙겨줬어요. "

(이때 이은철이 결선 진출에 실패한 소식을 전해주자 강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강은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 는 질문에 용수철같이 "체육선생님" 이라고 대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