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의원 기득권 지키는 선거구 획정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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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늘 논란거리가 돼 왔다. 기존 선거구의 인구 증감에 따라 선거구 조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이 증가한 곳은 분구(分區)를 통해 선거구를 신설하고, 인구가 상당히 감소한 곳은 다른 선거구로 통폐합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2001년 선거구별 인구 편차가 3대1 이상이면 국민의 평등선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해 10월 말 현재 인구가 가장 많은 선거구는 용인시 기흥구(36만7700명)고, 가장 적은 선거구는 남해-하동(10만4342명)이다. 두 곳의 인구 편차는 3.52대 1이므로 이번에도 선거구 조정은 필요하다. 전원 민간인으로 구성됐던 국회의장 산하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인구 편차 3 대1에 맞게 선거구를 조정하는 내용의 획정안을 제시했다. 선거구 8곳은 분할하되 5곳은 통폐합하는 것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현행 245개에서 3개 늘리는 방안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잠정 합의한 건 많이 다르다. 선거구 통폐합은 하지 않고 3개만 신설하는 것이다. 경기도 파주와 강원 원주를 갑·을로 쪼개고, 충청에 세종시 선거구를 새로 만드는 안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자유선진당이 각기 유리한 선거구를 하나씩 챙기겠다는 속셈에서 만든 것이다. 여야는 기흥의 경우 분구하지 않고 인구 6만5000명의 동백동을 다른 선거구(용인시 처인구)로 편입시키기로 하는 등 ‘게리맨더링(기형적이고 불공평한 선거구 획정)’도 서슴지 않았다. 또 선거구를 늘리기 위해 비례대표 의석(54석→51석)을 희생시켰다.

 양당의 안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보장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구 획정위가 통폐합하라고 권고한 기존의 어떤 선거구도 건드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나눠먹기 차원에서 분구 지역을 골랐고, 그러기 위해 일부 지역은 게리맨더링까지 했으니 자기네 밥그릇 챙기기엔 여야의 배짱이 어찌 그리 잘 맞는지 놀라울 뿐이다. 민주당은 비판 여론에 직면하자 잠정합의를 없던 걸로 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한나라당도 원점으로 돌아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안을 내놓아야 한다. 인구 편차 문제를 잘 적용해 지역구 의석을 다소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좀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