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들어맞은 은메달 꿈 外

중앙일보

입력

0... 여자 사격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친 강초현의 꿈 이야기가 선수단 사이에서 화제.

경기 전날 밤 은메달을 따는 꿈을 꾼 강초현은 16일 아침 의남매를 맺을 정도로 절친한 사이인 이은철(남자 공기소총)에게 꿈 내용을 전했다.

입을 모아 "좋은 징조"라며 강초현을 진정시킨 선수단은 실제 경기에서도 강초현이 은메달에 그치자 운명 탓으로 돌리는 모습.

0...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뉴 밀레니엄의 첫번째 금메달 주인공으로 유력시되던 강초현을 격려하기 위해 직접 사격장을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박상규 대한사격연맹 회장 옆에서 강초현의 한발 한발에 박수와 탄성을 보내던 박 장관은 그러나 마지막 한발을 놓쳐 금메달이 미국 선수에게 넘어가자 못내 아쉬워하는 모습.

끝까지 경기장에 남아 시상식을 지켜본 박 장관은 강초현이 시상대에 오르자 아쉬움을 떨쳐버리려는듯 큰 박수를 보냈다.

0... 막판 극적인 역전승으로 올림픽 첫 금메달을 목에 건 낸시 존슨(미국)의 얼굴엔 희색이 만연해 시무룩한 강초현과 대조를 보였다.

존슨은 기자회견에서 "경기 도중 자세가 흔들린다고 충고해 준 남편이 금메달의 일등공신"이라고 말했다.

존슨은 특히 나이 어린 강초현 보다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독일의 소냐 파일쉬프터가 더 두려운 상대였다고 평가.

0... 강초현의 첫번째 금메달 획득 장면을 지켜보기 위해 몰려든 한국 선수단 임원들은 모두들 아쉬운 표정.

장창선 태릉선수촌장은 "강초현이 처음부터 리드를 했기 때문에 아쉬움이 더하다"면서 연방 담배에 불을 붙이기도.

임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앉아 "은메달도 장한 것"이라며 자위.

이날 관중석에는 이연택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과 이상철 한국선수단장 등 체육계 고위 관계자들이 대거 나와 한국선수들을 응원했다.

0... 강초현은 경기가 끝난 뒤 마지막 격발때 실수를 했다고 아쉬워했다.

호흡이 맞지 않아 다시 조준을 했어야 했는데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 역전패를 당했다는 것.

강초현은 마지막 격발 때까지도 자신이 미국의 낸시 존슨보다 조금 앞서고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고 털어놓았다.

0...김일환 사격대표팀 감독은 강초현이 아쉽게 은메달에 그치자 "억장이 무너질 정도로 애가 탄다"며 애써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그도 그럴 것이 김 감독은 지난 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매일 밤 묵동 성당에 나가 기도를 올렸고 시드니에 와서도 올림픽파크 부근 성당 미사에 참석하는 등 금메달에 대한 열정을 보였던 것.

김 감독은 "초현이의 마지막발에 9.7점이 나온 것은 나 조차도 이해가 안 된다"면서 "그동안 장갑석 교수 등 코치들과 함께 `진인사대천명'의 자세로 준비를 철저히 했기에 아쉬움이 더하는 것 같다"며 울먹였다.(시드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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