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다 읽었냐" 대통령에 삿대질 간 큰 女정치인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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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삿대질’을 한 여성 주지사의 행동이 미 정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미 ABC방송 등의 보도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를 방문했다. 재선 행보를 위한 중서부 5개주 방문 일정의 일환이다.

공화당원인 잰 브루어 주지사는 이날 피닉스 공항에 내린 오바마를 직접 맞이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오바마에게 친필 서한을 전했다. 편지에는 오바마 대통령과 애리조나주 경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열고 애리조나주에 있는 멕시코와 미국간 국경지대를 함께 방문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25일(현지시간)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항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오른쪽)을 맞이한 잰 브루어 애리조나 주지사. 미소를 띄며 자신이 준비한 서한을 오바마에게 전달하던 브루어(왼쪽 사진)는 몇 분 뒤 손가락을 올리며 오바마와 언성을 높였다(오른쪽 사진). [피닉스 AP=연합뉴스]

이후 두 사람은 일행과 다소 떨어져 몇 분 동안 이야기를 나눴다. 대화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러다 브루어가 오바마를 향해 소리치며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AP통신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브루어 주지사는 이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오바마 대통령이 나의 책에 대해 언짢게 여겼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오바마가 자신의 책 내용을 다소 비판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브루어 주지사는 『아침식사용 전갈들(Scorpions for Breakfast)』이라는 제목의 자서전을 출간했다. 책에서 그녀는 오바마 정부의 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이민 문제와 관련해 연방정부의 느슨한 국경 단속 방침을 맹비난했다. 브루어는 미·멕시코 간 국경 봉쇄와 불법 체류자 체포·추방 등 강력한 반 이민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브루어도 가만 있지 않았다. 그는 “책은 책일 뿐 나는 당신을 대통령으로서 존경한다”며 오히려 “내 책을 다 읽어본거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오바마는 “일부만 발췌해서 읽었다”면서도 “당신이 나를 진솔하게 대하는 걸로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루어는 애리조나주 KFYI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가 너무 민감한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오바마는 26일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큰 일 아니다”며 이번 소동에 대해 “전형적으로 과장된 사례”라고 일축했다.

오바마와 브루어는 지난해 6월 백악관에서 만났을 때도 이민법과 관련해 대립각을 세웠다. 브루어는 일선 경찰에 불법체류자 단속권을 부여하는 주 이민법을 승인했고 오바마는 중남미 히스패닉계 불법체류자 단속을 노린 이 법이 인종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연방 법원이 지난해 8월 애리조나주 이민법을 위헌 판결하자 브루어 주지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한편 브루어의 삿대질 장면이 알려지면서 그녀의 자서전 판매량이 급증했다. 25일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에서 27만6665위에 불과했던 브루어의 자서전 판매 순위는 26일 21위까지 뛰어올랐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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