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손녀 '명품패딩'에 "盧손녀도…" 엉뚱 비교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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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통인시장을 찾아 패딩 점퍼 차림의 손녀에게 과자를 사주고 있다. [뉴시스]

“이명박 대통령의 손녀가 ‘몽클레르’ 입는 건 안 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가 ‘버버리’ 입는 건 되나.”

 설 연휴 인터넷 공간에선 대통령 손녀들의 옷차림을 놓고 논란이 벌어졌다. 이 대통령이 설 연휴 첫날인 21일 부인 김윤옥 여사와 서울대 의대 교수인 둘째 사위 부부, 손녀 둘과 함께 청와대 인근 통인시장을 찾은 게 발단이 됐다. 동행한 청와대 전속 사진기사가 이 장면을 촬영해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러자 22일부터 인터넷에선 이들 사진과 함께 “이 대통령의 한 손녀가 입은 흰색 패딩이 이탈리아 브랜드인 ‘몽클레르’로 300만원짜리”란 주장이 나왔다. 이는 곧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급속하게 확산됐다. 최근 이동관 전 언론특보가 유시민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와의 토론에서 “이 대통령은 뼛속까지 서민”이라고 한 발언과 엮어 “참 서민 대통령답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거론된 가격이 ‘뻥튀기’였다는 게 곧 드러났다. 그래서 “고등학생들도 50만~60만원짜리 ‘노스페이스’ 패딩 입는데 대통령 손녀가 65만원짜리 하나 입었다고 그 난리들이냐. 애한테 미안하지도 않으냐”란 반박이 나왔다.

 국내외 온라인 쇼핑몰을 비교한 결과 논란이 된 패딩의 가격은 국내 온·오프 매장에선 80만원 안팎, 해외 쇼핑몰에선 그 절반 수준으로 할인 판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 가족이 입어선 안 될 정도의 사치품은 아니지만, 서민 눈높이에선 비싸게 느낄 수준이다. 재래시장에 어울리는 옷은 아닌 셈이다. 청와대 측의 안이한 판단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3일엔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논란 속에 등장했다. 이 대통령을 공격하던 쪽에서 “노 전 대통령은 서민풍모였다”며 올린 사진 중에 영국 브랜드 ‘버버리’ 코트나 원피스를 입고 있는 노 전 대통령의 손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구의 몽클레르는 안 되고, 누구의 버버리는 되느냐’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연세대 황상민(심리학) 교수는 “서민 얘기하는 사람은 서민처럼 살아야 한다고 착각한 데서 기인한 논란”이라며 “손녀 옷차림까지 거론하는 건 이 대통령이 싫다는 감정적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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