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스타] 멈출줄 모르는 러시안 쾌속정, 알렉산더 포포프

중앙일보

입력

1996년 8월 26일 악몽이 찾아왔다.

1996 애틀란타 올림픽 후, 휴식을 위해 고향인 스베르들롭스크에 들린 알렉산더 포포프(28, 러시아)는 길에서 과일행상과 언쟁을 벌이던 중 행상이 휘두른 칼에 찔려 위가 관통되고 폐와 심장까지 크게 다치는 중상을 입었다.

겨우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선수로서의 인생은 끝난거나 다름 없었고, 올림픽 역사상 가장 화려했던 스프린터의 별도 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98년, 세계무대에 다시 등장한 포포프는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에서 자신의 주종목인 자유영 50m, 100m 의 정상에 오르며 멋지게 재기한다.

포포프의 질주는 계속되고 있다. 그는 올해 6월 러시아 수영선수권대회 자유영 50m에서 21초64로 톰 재거(미국)가 가지고 있었던 세계기록을 10년만에 깨는 기염을 토했다.

포포프는 50m와 함께 94년에 세운 100m 세계신기록(48초21)도 보유하고 있다.

지금까지 2번 출전한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과 4개의 은메달을 목에 건 포포프는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2, 은2을 추가할 수 있다면 매트 비욘디와 마크 스피츠(이상 미국)을 제치고 남자 수영 역사상 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획득하는 선수가 된다.

하지만 포포프에게는 게리 홀 주니어(25, 미국)라는 난적이 버티고 있다.

애틀란타 올림픽 남자 자유영 50m와 100m에서 포포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은메달에 만족해야만 했던 홀은 그후 포포프를 향한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홀은 얼마전에 열린 미국 대표 선발전 자유영 50m에서 21초76의 기록으로 포포프의 신기록에 0.12초 차로 접근, 최고의 컨디션을 자랑하고 있다.

포포프와 홀은 개인적으로도 앙숙관계. 홀은 피습 직후 병상에 누워있는 포포프에게 수박과 칼을 들고 있는 인형을 보냈으며, 포포프는 공식석상에서 과거 미국의 수영스타였던 홀의 아버지를 비난한 바 있다.

선수생명이 짧은 수영 단거리계에서 1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포포프. 그가 이번 시드니 올림픽에서 홀의 도전을 막아내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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