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대신 장구채 든 스위스 여성 “사물놀이의 폭발적 에너지에 매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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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스위스 출신 헨드리케 랑게는 지난해부터 한국에 와서 장구를 배우고 있다. 12살 때부터 하프를 연주한 그는 지금은 장구채와 씨름하고 있다. [국립국악원 제공]

스위스 출신 헨드리케 랑게(Hend-rikje Lange·44)는 20대 초반까지 하프를 연주했다. 그런 그가 올 3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장구를 전문적으로 배우기 위해서다. 아시아 국가 출신이 아닌 학생이 한예종 전통예술원 전문사(석사) 과정에 입학한 것은 처음이다.

 랑게는 18년 전 스위스에 공연을 온 한 사물놀이패의 연주를 듣고 국악리듬에 푹 빠졌다. “사물놀이의 폭발적이고 특별한 에너지에 놀랐다. 그동안 한 번도 접해 보지 못했던 음악이었다”고 했다.

 그는 사물놀이패의 연주를 듣고 난 뒤 장구를 배우기 시작했다. 스위스의 사물놀이 팀에서 활동하며 공연도 했다.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배웠고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심리치료사로 일했던 랑게는 지난해 스위스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건너왔다. 국립국악원에서 6개월 과정의 문화동반자 사업을 통해 본격적으로 장구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 국악의 매력이 뭔가.

 “유럽의 음악과 전혀 다르다. 한마디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사물놀이 소리를 들으면 정신적인 에너지가 느껴진다.”

 - 서양음악과 국악의 차이점은 뭔가.

 “서양음악은 리듬이 중요하지만 한국음악은 호흡이 중요하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한국음악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서양음악은 의자에 앉아서 연주를 하지만 사물놀이는 온몸으로 연주를 한다. (서양인은) 처음에 사물놀이를 들으면 시끄럽다고 생각하지만 듣다보면 익숙하게 되고 좋아하게 된다.”

 랑게는 한국에 와서 장구를 비롯해 꽹과리, 민요 등을 배웠다. 그는 “꽹과리가 가장 어려운 악기 같다. 오른손으로 치고 왼손으로 소리를 조절하는 데 그 과정이 간단하지 않다”고 했다. 또 “민요에는 기쁨, 슬픔, 즐거움 같은 다양한 감정이 함께 들어 있어서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그는 전문사 2년 과정을 마치면 유럽으로 돌아가 사물놀이를 가르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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