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은 지금 '빙하기'

중앙일보

입력

휴대폰 시장이 무너지고 있다.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던 가입자수가 지난 6월 단말기 보조금 폐지 이후 매달 수십만명씩 줄고 있다.

이달부터는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이 시장점유율을 낮추려고 신규 가입을 사실상 전면 중단했다. 이에따라 단말기.부품업체들이 부도 위기를 호소하는 등 여파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전국의 휴대폰 대리점 가운데 폐업 위기에 몰렸다는 곳이 적지 않고, 삼성.현대.텔슨.팬택 등 단말기 업계는 가동율이 뚝 떨어졌다. 소비자도 서비스 선택권을 제한받고, 신규 가입 때 받던 혜택도 없어졌다.

◇ 현황〓서울 하월곡동의 011대리점에는 ''신규 가입 중단. 다른 서비스 이용하세요'' 라는 게시판이 붙어있다.

대리점의 유희열 사장은 "신규 가입이 중단되면서 평상시 5억원이던 월 매출이 이달에는 1억원에도 못미칠 전망" 이라며 "많은 대리점이 업종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 말했다.

단말기.부품업계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팬택은 "상반기에 생산라인을 두 배로 늘려 올해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대했으나 최근 시장상황 변화에 따라 하반기 내수 판매를 거의 포기할 수 밖에 없다" 고 말했다.

또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PCS업체들이 011과 017 가입자 빼내오기에 나서는 등 휴대폰 업체간 경쟁도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따른 시장 혼란도 적지 않다. SK의 이석환 본부장은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내리려면 가입자 2백만명 정도를 털어내야 한다" 며 "요금 인상 등 더욱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돼야 가능하다" 고 주장했다.

◇ 왜 그런가〓전문가들은
휴대폰 인구가 포화상태(8월말 2천5백83만명)에 이른 데다
정보통신부가 과열경쟁 억제를 위해 보조금을 폐지토록 했고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 결합 조건으로 SK에 시장점유율 축소를 지시한 게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6월부터의 보조금 폐지 이후 시장이 급속도로 위축됐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새로 휴대폰을 쓰려면 그동안 공짜로 주던 단말기를 30만원 이상 주고 사야 하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SK텔레콤(011)과 신세기통신(017)간 기업결합 조건으로 시장점유율 축소를 요구함에 따라 두 회사가 신규 가입을 중단한 것도 시장 위축의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본의 아니게 시장을 왜곡시킬 수 있다" 고 말했다.

휴대폰 업계 관계자는 신규 가입 중단보다는 개인휴대통신(PCS)에만 보조금을 도입하거나, 011.017의 시장점유율 감소 기간을 유예해 주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