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업계 특허 전쟁중"

중앙일보

입력

전자.정보통신업계가 특허 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기업경쟁력에서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특허 공세로 경쟁기업을 무력하게 만들거나 특허 공세에 특허로 맞서는 크로스라이선스 등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허는 기업 경쟁의 ''창''

미국의 D램 전문설계업체인 램버스사는 최근 현대전자, 마이크론 등 전세계 D램업체들을 상대로 전면적인 특허 공세를 펴고 있다.

히타치는 램버스에 굴복해 이미 로열티 계약을 체결한 상태. 램버스의 공세는 이 회사의 주력제품인 램버스D램을 차세대 D램의 표준으로 채택시키려는데 목적이 있다.

D램업체들이 램버스D램의 수익성에 의문을 품으며 등을 돌리자 이 회사가 가진 싱크로너스D램 특허 등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다.

미국 인텔사는 최근 대만의 칩세트업체인 비아사를 특허 침해로 제소했다. 비아사가 인텔을 위협하는 경쟁업체인 AMD사를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히타치는 메모리칩 분야의 경쟁업체인 대만의 난야사에 특허 침해 소송을 걸었다.

국내 CDMA(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 휴대폰 업체들도 최근 특허 전쟁에 휘말렸다.

미국의 통신장비업체들인 루슨트, 모토로라, 노텔이 최근 들어 로열티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CDMA 서비스 초기에는 잠자코 있던 이들은 한국이 휴대폰 생산대국으로 부상하자 국내업체들에 대한 특허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모토로라의 공세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휴대폰을 직접 생산하는 모토로라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무섭게 부상하는 한국업체들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방패는 ''크로스라이선스''

특허 공세가 기업경쟁의 ''창''이라면 크로스라이선스(Cross License)는 ''방패''라 할 수 있다. 크로스라이선스는 자사가 가진 특허중 상대가 꼭 필요로 하는 특허와 상대방의 특허를 맞바꾸는 일종의 특허교환.

루슨트 등으로부터 특허공세를 당하고 있는 LG전자는 이들이 요구하는 로열티를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자사가 가진 컴퓨터 관련 핵심기술과 이들의 통신기술을 크로스라이선스할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직접 개발하기도 하고 미국의 벤처기업으로부터 사들이기도 한 이 기술들은 통신장비업체들도 반드시 필요로 하는 기술이다.

세계 최고의 CPU(중앙처리장치) 제조업체인 인텔도 LG의 기술을 인정, 최근 LG전자와 로열티 지불 협정을 맺은 바 있다.

반면 국내 휴대폰업체들은 앞으로 소니, 미쓰비시 등 일본업체들과의 경쟁을 두려워하고 있다. CDMA 휴대폰 시장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일본업체들은 동기식 IMT-2000 휴대폰 시장에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일본업체들이 퀄컴과의 크로스라이선스를 통해 로열티를 크게 낮췄다는 사실.

업계에서는 일본업체들이 가진 칩 제조기술, 통신기술 등을 주고 최소한 국내업체들보다 2% 이상 낮은 로열티 협상을 맺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기술력

아날로그 시대 특허 경쟁에서 일방적으로 선진업체들에 밀리던 국내업체들은 디지털 시대만큼은 자신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국내업체들이 개발한 전자, 정보통신 각 분야의 기술은 속속 세계표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한해에만 IMT-2000 관련 15건, MPEG(동영상압축기술) 관련 16건, DVD(디지털다기능디스크) 등 총 48건의 세계표준을 획득했다. LG전자의 국제특허도 IMT-2000 16건, MPEG 9건, DVD 20건 등에 이른다.

그러나 전자통신연구원(ETRI)이 IMT-2000 로열티가 최대 1조6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는 등 기술자립의 길은 아직 멀다는 목소리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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