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어디 갔어? … 채용 전망 비교자료 뺀 고용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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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별
사회부문 기자

지난 15일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정보원은 올 상반기 주요 기업의 채용 전망을 발표했다.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의 57.2%가 채용계획이 있고, 총 인원은 16만9000명 수준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자료만 봐서는 올 상반기 전망이 지난해에 비해 좋다는 것인지 나쁘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전년도와 비교하는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용정보원 홈페이지를 뒤져 지난해 상반기 자료를 찾아봤다. ‘종업원 100인 이상 기업을 조사한 결과, 총 19만9000명이 채용될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올 상반기 채용 전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명 적었다. 자료를 만든 고용정보원 연구자는 “처음 자료엔 지난해와의 비교가 있었는데 고용부 협의 과정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고용부에 비교수치를 뺀 이유를 물어봤다. 그러자 “실제 채용규모가 아닌 전망치를 전년도와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고 대략적인 추세만 보여주는 게 옳다”(김규석 인력수급정책과장)는 답이 돌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상반기에 발표된 자료엔 ‘작년(2010년) 하반기 12만8000명보다 7만1000명(55%) 증가할 것으로 조사됐다’고 분명히 적혀 있다. 그것도 ‘금년 상반기, 채용전망 쾌청’이라는 큼지막한 제목과 함께 말이다.

 고용정보원 연구자는 “통계적으로 볼 때 작년과 올해 자료를 비교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아마도 고용부가 부정적인 전망을 넣는 걸 부담스러워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고용부 입장에서 부정적인 전망치를 발표하는 게 꺼려질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올해 정부의 최대 국정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꺼내든 마당이니 더욱 그럴 만도 하다.

 그러나 일자리를 만들려면 고용시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명확하게 파악하고 알리는 게 먼저다. 비관적이든 낙관적이든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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