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영어공부 노하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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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소영(서울 용강초 3·왼쪽)양은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영어교사”라며 어머니 이은정씨와 함께 공부했던 영어교재를 꺼내보이고 있다.

“어린 자녀일수록 영어를 배워갈 때 좋은 교재뿐 아니라 보물찾기·카드놀이와 같은 다양한 활동학습도 중요해요. ‘공부’로 바라보지 말고 ‘놀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러면 유연한 생각을 갖고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죠.” 7살과 초등 3학년 자녀를 둔 이은정(37·여·서울 염리동)씨는 “엄마가 영어를 잘할 필요는 없다”며 자녀교육 경험을 전했다. 이어 “엄마도 자녀와 함께 영어를 배워간다고 생각하면 어렵지 않게 엄마표 영어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7살과 초등 4학년 자녀를 둔 이경민(39·여·서울 신정동)씨도 “엄마의 서툰 영어실력이 오히려 더 좋은 영어교육 환경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책을 함께 읽으면서 ‘엄마보다 영어를 더 잘하네~’라며 칭찬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면 아이들은 성취감을 느끼고 영어에 재미를 붙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이은정씨 자녀들 모두 같은 연령대의 미국학생들이 읽는 책을 거뜬히 소화한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고 자녀들이 4살 전 후부터 손수 영어를 가르쳤다. 이들은 “창피하다 생각하지 말고 주변 엄마들에게 적극적으로 묻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엄마표 영어교육의 시작”이라고 입을 모았다.

흥미 느끼는 주제 중심으로 놀이학습을
 
 이은정씨는 “품앗이 교육이 좋은 사례”라고 추천했다. 이은정씨도 첫 자녀를 가르칠 땐 어떤 교재가 좋은 책인지,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었다. 주변에서 품앗이 영어교육팀을 만든 다는 소식을 듣고 망설임 없이 문을 두드렸다. “모여보니 모두 같은 고민이더라고요. ‘놀이’로 시작해보자고 의견이 모아졌죠.”

 매달 주제를 정했다. 날씨·색깔·숫자·감정과 같은 생활 속 소재이면서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주제를 골랐다. 주제가 정해지면 각자가 집에 갖고 있던 교재를 모아 놓고 품앗이 수업에 활용할 교재를 골랐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만한 이야기 구조이면서, 책 속 소재를 활용해 다양한 활동학습을 이어갈 수 있는 책을 골랐다. 예를 들어, 책 속에 등장하는 소재를 카드로 만들어 카드집기 놀이를 하는 식이다. 매주 한 차례씩 모여 품앗이 수업을 한 뒤엔 집에 돌아와 놀이학습을 반복했다.

 이경민씨는 “4~5살 아이들은 시각·촉각·청각을 자극할 수 있는 책에 흥미를 보인다”며 “토이북·촉감북·입체북·팝업북·오디오북이 놀이학습에 좋다”고 덧붙였다. 어린 자녀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화·동영상도 좋은 교재다. 영어노래와 율동을 따라 하면서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할 수 있다. 기자놀이·가족발표회도 좋은 활동학습이다. 이경민씨는 “영어 말하기 능력은 물론 표현력도 기를 수 있다”며 “이 때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더라도 일단 입 밖으로 내뱉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추천했다.

추천 교재 이용할 땐 자녀 반응부터 살펴야

 품앗이 교육이 어렵다면, 인터넷 카페에서 엄마표 영어교육 사례들을 모아본다. 주변학원에서 활용하는 교재도 참고가 될 수 있다. 이은정씨는 “이렇게 정보를 모으면 많이 활용되는 교재가 눈에 띈다”며 “기준을 삼기 어려울 때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단, 서점·도서관에서 해당 교재를 아이에게 보여주고 관심을 가지는지 확인해 봐야 한다. 자녀가 흥미를 보이는 주제를 다룬 여러 권의 책을 아이의 손이 닿는 집안 곳곳에 자연스레 배치해 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경민씨는 “어린 아이들은 재미있어 하는 책은 여러 번 반복해 읽는 성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제가 같은 쉬운 책과 다소 어려운 책을 적절히 섞어 읽히니까 지루해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책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다.

 단계를 높여가며 점점 글의 양이 많고 두꺼운 책을 읽혀 나갈 때는 엄마의 지혜가 필요하다. 책 속의 재미있는 장면만을 따로 뽑아 간단한 요약본을 만들면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경민씨는 “책을 읽히기 전 요약본을 먼저 보여주면 흥미와 관심을 끌어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엄마는 ‘와~ 이 책에는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네’라며 분위기만 유도해주면 된다”며 엄마표 영어교육에 대한 부담을 갖지 말 것을 당부했다.

<정현진 기자 correctroad@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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