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침몰 유람선서 24시간 만에 구조 … 29세 신혼부부 한기석·정혜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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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침몰한 유람선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한국인 한기석·정혜진씨 부부. [로이터=뉴시스]

“살아날 수만 있다면 평생 더욱 사랑하고 아껴주자고 두 손을 꼭 잡고 맹세했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스카나 제도의 질리오섬 인근에서 침몰한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에서 극적으로 구조된 한국인 신혼 부부 한기석(29·중학교 교사), 정혜진(29·고교 교사)씨는 15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사고 선박의 선체 아래쪽 선실에 24시간 동안 갇혀 있다가 구조됐다. 두 사람은 로마의 호텔에서 하루 이틀 더 머문 뒤 귀국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건강 상태는.

 “특별한 문제는 없다. 병원에서도 그렇게 진단받았다. 팔과 다리에 찰과상을 좀 입었을 뿐이다.”

 - 탈출하지 못하고 배 안에 갇히게 된 이유는.

 “저녁 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잠결에 배가 많이 흔들리고 소란스럽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유람선 여행이 처음이라서 원래 그런 줄 알았다.”

 -배의 선원이 탈출을 유도하지는 않았나.

 “누군가 객실로 들어와 뭔가 말을 하고 간 기억은 있다. 잠결이라서 방을 잘못 찾은 사람인 줄 알았다.”

 -스스로 탈출 시도는 하지 않았나.

 “객실에서 나와 계단 쪽으로 이동하려 했으나 배가 너무 많이 기울어 갈 수가 없었다. 방에 있다가 갇혀버릴 것 같아 기울어진 복도의 모서리에서 소리를 지르고 구명조끼에 붙어 있는 호루라기를 불었다.”

 -배 안이 어둡지 않았나.

 “낮에는 한쪽에서 가느다란 불빛이 들어와 아주 어둡지는 않았다. 하지만 저녁이 되니 칠흑같이 어두워졌다.”

 -구조 경위는.

 “휴대전화로 확인한 시간으로 자정 무렵에 밖에서 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소리를 질렀다. 소리를 듣고 우리가 안에 있는 것을 밖에서도 알게 된 것으로 여겨졌다. 몇 군데에서 구멍을 뚫는 작업이 진행되더니 서너 시간 뒤 구조대가 들어와 우리를 배 밖으로 인도했다.”

 -두 사람이 24시간 동안 갇혀 있었다.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배가 가라앉는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작별인사까지 했다. 그러다 배가 더 이상 기울지 않아 희망을 가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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