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의 금요일 새벽4시] “람보르기니 가질래, 파텍 필립 가질래?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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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면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인터뷰엔 조건이 있었습니다. ‘사건과 관련된, 혹은 사적인 질문 제외’였습니다.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친한 친구 사이에도 ‘남녀 관계’는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부분 아닙니까. 더구나 그 얘기를 그토록 호되게 당했다는 언론에 하고 싶을까요. 하지만 큰 걱정은 안 했습니다. ‘막상 만나면 한두 마디는 해주리라’ ‘하고 싶은 말이 따로 있겠지’ 싶었죠. 또 어떤 분야의 전문가를 만나든 인간적 고뇌를 녹여내야 하는 것이 ‘j 인터뷰만의 조건’이니까요. 그러나 기사에 이미 쓴 대로 인터뷰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그가 보여준 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고, 또 확신에 찬 경제관료의 모습뿐이었습니다. 이럴 땐 ‘1보 후퇴 2보 전진’. 저녁을 함께하며 시간을 벌었습니다. 4시간 동안 일본 소주 1500mL를 비웠지만 ‘듣고 싶은 말’과 ‘해줄 수 있는 말’의 간극은 여전히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심정적 이해’는 됐지만 어쩝니까. 초조해지는 마음에 목소리는 높아졌고, 때때로 무례하고 공격적인 어법이 튀어나왔습니다. 하지만 그는 화를 낼 법한 대목에서도 단 한 번도 화내지 않고 애써 웃으며 말을 돌렸습니다.

다음 날 다시 질문을 추가해 e-메일을 보냈습니다. ‘상대를 배려해 줄 사람’이라는 감(感)이 작용했나 봅니다. 그로부터 어렵게 썼을 듯한 답을 받았는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습니다.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뭣보다 기사가 나가면 그의 가족이 겪을 고통이 가장 염려됐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다시 e-메일을 썼습니다. “모든 걸 털고 앞으로 건승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번엔 지면을 빌려 말씀드리고 싶네요. “나중에 진짜 편하게 소주 한잔 더 하시죠.” <이도은>

◆‘남자의 로망’ 람보르기니는 실제로 보니 더 멋지더군요. 그런데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정말 우연히 올림픽대로를 달리는 잿빛 람보르기니를 봤습니다. ‘오오오~~!!’ 도로에 착 붙어서 가는 차가 괜히 반가워 차창에 뺨을 붙이고 구경했습니다. 하지만 웬걸요. 람보르기니는 그 막히는 도로에서 혼자 성질을 내고 있었습니다. 엔진을 으르렁거리며 차선을 계속, 그것도 ‘계단식’으로 옮겨 다니며 주변 운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짙은 선팅으로 가려진 차창으로 운전자는 안 보이고 말이죠). 밀리는 차 속에서 박종근 선배와 함께 수다 한판. “분명히 젊은 애가 운전하는 걸 거야.” “그러게요. 어차피 막혀서 가지도 못하는데 튀려고 저러는 거죠.” “자기 차일까?” “설마요. 아빠가 사줬겠죠.“ “저런 사람이 문 열고 내리면 볼품없더라.” “맞아요. 분명히 못생겼을 거예요!” “저런 차는 (너무 낮아서) 갑자기 과속방지턱 나오면 넘지도 못한다!”…. 기사님이 조용히 한 말씀 하십니다. “두 분, 조금 전까지 브랜드 가치가 어떻고 고유한 철학이 어떻고 감동받았다더니 그만 좀 하세요. 시끄러워서 내가 운전을 다 못하겠네.” <이소아>

◆시계와 스포츠카. j 가 2주 연속 남성 독자들의 욕망을 자극했습니다. 지난주에는 돈만으로도 살 수 없는 최고급 시계 ‘파텍 필립’을, 이번 주엔 ‘모든 남성의 드림카’ 람보르기니를 내세웠으니까요. 둘 다 ‘억 소리’ 나는 ‘울트라 럭셔리’라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팀의 남자들 역시 관심도, 할 말도 많습니다. 최고속도·배기량 등등 모두 이런 비평가들이 없습니다. 시계는 13억, 차는 4억~5억원대의 어차피 ‘딴 세상 가격’인 물건인데 말이죠. 박종근 차장이 진지하게 말을 꺼냅니다. “파텍 필립하고 람보르기니하고 둘 중 하나 선물로 받는다면 너희들은 뭘 가질래?” 여기에 이세영 선배가 진지하게 고민합니다. “전 차가 낫겠어요. 13억원짜리를 손목에 차는 건 좀 현실성이 없지 않아요? 그래도 차는 타고 다니면서 폼도 나고….” 전 생각이 달랐습니다. “전 일단 시계를 받을래요. 그게 13억원이니까 팔아서 차 두 대를 사면 되잖아요.” 그런데 이걸 듣고 있던 이은주 팀장이 한마디 하네요. “아니, 누가 그걸 선물로 주기나 한대?” <김호준>

j는 사람의 모습입니다

사람신문 ‘제이’ 81호

팀장 : 이은주 취재 : 백성호 · 이도은 · 이소아 기자
사진 : 박종근 차장 편집·디자인 : 이세영 · 김호준 기자 , 최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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