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운전자들 채혈검사 요구 늘어

중앙일보

입력

음주 운전자들의 채혈 (採血)
검사 요구가 늘고 있다. 대부분 "혹시 수치가 낮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지만 오히려 수치가 높게 나와 '혹 떼려다 혹 붙이는 사람' 이 많다.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들어 8월 말까지 도내서 적발한 음주운전 (혈중 알코올 농도 0.05% 이상)
은 모두 8천9건이나 됐다.

이 가운데 채혈 감정 요구는 총 3백97건으로 한 달 평균 50건에 이른다.지난해 같은 기간 (2백47건)
보다 60% 이상 증가했다. 전주 북부경찰서의 경우 이미 지난 한 해 건수 (69건)
를 넘는 70건이나 됐다.

광주.전남지역에서도 지난 한 해 4백22건였던 게 올들어 8월 동안에 5백24건에 이른다.

운전자들은 현장검사에서 면허정지 (0.05~0.099%)
.취소 (0.1% 이상)
에 해당하는 수치가 검출되면 "술 한잔 먹었는데 수치가 너무 높다" "측정기를 믿을 수 없다" 며 채혈 감정을 요구한다.병의원에 가는 시간에 술이 깨면서 알코올 수치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와 속셈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대부분 현장 측정기의 수치보다 높게 나온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알코올농도를 시간당 0.015%씩 합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실제 6월15일 전주 덕진공원 앞 음주운전 단속서 걸린 朴모 (42)
씨는 현장 측정치는 0.97% (면허정지)
였는데 1주일 뒤 채혈감정 결과는 0.109%가 나와 면허를 취소당했다.

채혈 감정이 급증하면서 경찰도 고충이 많다. 채혈을 위해 병의원까지 경찰관이 동행해야 해 단속의 효율이 떨어지고 있다. 또 채혈한 것을 등기.택배 등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내고 분석결과가 통보되기까지 기다려야 한다.

병의원에서 채혈할 때 1인당 최고 3만9천원이 드는 비용 또한 경찰이 부담해야 하는데, 전북지방경찰청의 경우 올해 총 채혈감정 예산은 20만원으로 '새발의 피' 다.

한 경찰관은 "채혈 비용을 직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내거나 병의원에 사정을 호소해 공짜로 하고 있는 형편이다" 고 말했다.

장대석.구두훈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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