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넥타이 김정남, '북한 맹비판' e메일 충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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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올라온 김정남의 사진.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는 “김정남의 아들 한솔의 친한 지인으로 알려진 ‘김철’의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정남의 미공개 사진”이라고 밝혔다. [ 교도통신=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장남인 김정남이 김정은 부위원장의 권력 유지에 의문을 제기하며 3대 세습을 거듭 비판했다.

 김정남은 지난 3일 일본 도쿄신문에 e-메일을 보내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3대 세습을 용인하기 어렵다”며 “(부친에 의한) 37년간의 절대권력을 (후계자 교육이) 2년 정도인 젊은 세습 후계자가 어떻게 (권력을) 이어 갈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도쿄신문은 12일 김정남의 e-메일 내용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체제 정비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김정남이 북한체제를 전망한 것이어서 주목된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부친 사망 이후 북한체제와 후계에 대해 심경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친의 영결식에 참여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정남은 “김정은을 상징으로 존재시키면서 기존의 파워엘리트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갈 것”이라며 김정일의 유훈을 지키는 선군정치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남은 지난해 1월 TV아사히 등 일본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주석조차 세습은 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3대 세습을 비난한 바 있다. 그는 당시 “내부 사정이 있다면 이에 따르겠다”며 비판적 지지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이와 관련한 인터뷰나 발언을 삼가 왔다. 도쿄신문은 “지난해 12월 김정일 사망 직후에는 김정남에게 인터뷰 신청을 했으나 ‘신변의 위험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기본적으로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답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 기사를 쓴 고미 요지(五味洋治) 도쿄신문 편집위원은 김정남과 주고받은 e-메일과 인터뷰 내용 등을 모은 『아버지 김정일과 나』라는 책을 이달 말 발간한다. 이 책에는 김정남이 김 위원장에 대해 “엄격하고 정이 깊었지만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한 내용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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