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산 면으로 셔츠 만들어 … 패션으로 기부하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6면

알리 휴슨(51·사진)은 2005년 설립한 여성 의류 브랜드 ‘에듄(EDUN)’의 대표다. 그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는 척하는 순간은 “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유투(U2)의 보컬인 보노의 아내”라고 설명할 때다. 보노(52·본명 폴 데이비드 휴슨)는 아프리카의 가난과 질병 퇴치운동에 기여한 공로로 2006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으로부터 명예기사 작위를 받은 인물이다. 노벨 평화상 후보로도 여러 차례 거론됐다. 알리 휴슨 역시 패션 사업을 통해 아프리카를 돕고 있는 사회운동가로, 보노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있다. 에듄은 현재 북미와 유럽·홍콩 등지의 300여 개 편집매장에 입점해 있다. 서울에는 지난해 청담동 ‘10코르소코모’에 입점했고, 이를 기념해 방한한 그를 매장에서 만났다.

 -아프리카에 대한 고민은 언제부터 시작됐나.

“1985년 스물네 살 때 보노와 함께 에티오피아에서 열린 자선 콘서트에 참석해 5주간을 보내면서 많은 것을 보고 생각했다. 아프리카는 가난에 허덕이는 나라이긴 하지만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섹시’한 나라였다. 이들의 에너지를 북돋워주고 싶었다.”

 -패션 연계 사업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결국은 경제력이 문제였다. 함께 고민을 시작한 보노는 좀 더 거시적인 측면에서 정부와 함께 아프리카 무역 지원 사업을 펼쳤다. 나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찾았다. 아프리카는 패션 산업에서 꼭 필요한 면을 갖고 있는 곳이다. 이 점을 패션 산업과 연계하면 지역 사회를 도울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알리 휴슨은 패션 사업을 시작하면서 아프리카 탄자니아·튀니지·케냐 등지에서 원자재 일부를 공급받았고, 2007년에는 100% 아프리카산 면으로만 제작한 ‘에듄 라이브 티셔츠’를 만들었다. 2008년부터는 우간다면화보호재단과 함께 일하고 있다.

‘에듄’의 옷은 출근용·주말용 모두 활용이 가능한 것이 컨셉트다. 대부분의 옷에는 꽃·나무 등 의 자연과 아프리카 전통 무늬가 그려져 있다.

 -우간다면화보호재단과는 어떤 일을 하나. “이 재단에선 가난한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농부들에게 자금과 기술정보를 제공해 그들이 직접 면을 재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는 이 면을 공급받아 옷을 만들고 있다. 2013년까지 우리가 만드는 옷의 40%까지 이 면을 사용하는 게 목표다.”

 -아프리카와 연계한 또 다른 프로젝트는. “‘비아이디아이(BIDI) 티셔츠’ 프로젝트가 있다.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 빈민지역인 키베라라는 동네가 있다. 이곳의 학교 이름이 비아이디아이다. 학생의 90%가 고아라서 학교에서 주는 점심이 이들의 유일한 식사다. 이들을 돕기 위해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인쇄한 셔츠를 만들었고 판매 수익금 전부를 학교에 주고 있다.”

 -부부가 사회사업에 열심이다. 누구의 영향인가. “보노와 나는 12살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누가 누구에게 영향을 준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하나로 합쳐진 게 지금의 결과다. ”

 61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난 알리는 더블린 유니버시티 칼리지에서 사회학과 정치학 학사를 받았다. 24살에 아프리카를 경험한 후 여러 나라를 방문하며 체르노빌 어린이 지원 프로젝트 등의 자선활동에 참가했다.

 -소비자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자신이 먹는 음식이 어디에서 오는지 관심을 갖게 된 것처럼 옷도 어디서 누구에 의해 어떤 스토리를 갖고 만들어지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구 반대편에서 지금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면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거라고 믿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