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어두운 그늘…`새장`에 사는 빈민 충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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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망으로 만든 간이 공동주택 새장집(籠屋)에서 생활하고 있는 홍통 저소득층의 모습. 호주 출신의 사진작가 브라이언 캐세이가 촬영한 것이다.[사진=데일리 메일 웹사이트]

자산운용사 메릴린치와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세계 부 보고서(World Wealth Report)’에 따르면 홍콩 내 순자산이 100만달러 이상인 ‘백만장자’의 수는 2010년 기준 10만 1300명이다. 2009년 7만 6000명과 비교하면 2만5000명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홍콩 성인 인구가 600여만명인 것을 감안하면 홍콩 성인 60명 중 한 명이 백만장자인 셈이다. 금융과 쇼핑의 중심지 홍콩의 경제적 위상을 보여주는 대표적 자료다.

하지만 보고서는 백만장자 증가가 부동산 가격 상승에 힘입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0년 홍콩의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0%가 넘었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홍콩은 집값이 비싼 대표적 도시다. 높은 인구밀도에 쇼핑 및 비즈니스 단지가 밀집해 있어 실제 거주면적이 부족한 것이 주요한 이유다. 이렇다 보니 정작 저소득층이 살 집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런 홍콩 서민들의 어려움을 담은 충격적인 사진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11일 닭장이 연상되는 좁은 철망을 집으로 삼은 홍콩인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데일리 메일은 호주 출신 사진작가 브라이언 캐세이가 찍은 사진을 소개했다. 사진은 홍콩의 빈민층이 철제망으로 만든 간이집인 ‘새장집(籠屋)’에 사는 모습을 담았다. 이들이 지내는 곳은 넓이가 0.9~1.4㎡ 정도의 좁은 철망이다. 몸을 간신히 눕히거나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이다. 이런 새장집은 일반 주택의 방 한 칸에 3층 높이로 약 20개 정도가 모여 있다. 화장실은 수십 명이 같이 쓴다. 부엌 같은 조리시설은 상상할 수도 없다. 일부 악덕 주인은 집이라고 볼 수 없는 이곳에 월세로 200달러(약 23만원)나 받는다. 방값은 맨 아랫칸이 가장 비싸다. 다른 층에 비해 천정이 좀 더 높아 움직이기가 조금 더 편하기 때문이다.

데일리 메일은 “새장집은 수십년 전부터 있었다”며 “최근 인구밀도와 집값이 날로 높아지면서 오히려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홍콩엔 방 한 칸을 얇은 나무판자로 나눠 공동생활하는 ‘벌집(蜂巢)’등도 있다. 선수이보 등 홍콩의 대표적 극빈지역이 이런 간이 공동주택이 몰려 있다. 선수이보 새장집에 사는 한 주민은 “집 온도가 바깥보다 2~3도 가량 높아 새벽 5시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는 때가 많다”며 “여기에 쥐나 기생충, 바퀴벌레 등도 많아 자는 동안 귀에 벌레가 들어가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말했다.

데일리 메일은 “홍콩인 중 수천 명이 새장집에 산다”며 “프랑스 파리보다 명품 루이비통 매장을 많이 가지고 있는 홍콩의 비극적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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