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넘어 - 성룡(成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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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초. 아시아를 제패한 홍콩 영화가 연일 맹위를 떨치자 서둘러 헐리웃으로 날아간 배우가 있었다. 바로 '버스터 키튼'의 후예 성룡. 그는 80년〈살수호〉와 81년〈캐논볼〉로 헐리웃에 진출하려 했지만 결과는 처절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다시 홍콩 영화계로 돌아온 그는 다짐했다. '두고봐라. 내 언젠간 헐리웃을 정복하고 말리라'. 이러한 그의 바램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현실이 되었고 이젠 아무도 성룡을 아시아 스타라 부르지 않는다.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이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왜 성룡에 열광하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이미 테크놀로지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해버린 헐리웃 영화와는 달리 성룡의 영화들은 신체미학이라 부를 만큼 몸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 내기 때문이다. 와이어를 타고 담을 넘거나 엑스트라가 대역을 일삼는 다른 액션 배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화려한 권법과 몸을 아끼지 않는 고난도 액션은 그만의 장기이자 트레이드마크. 일명 '살아있는 특수효과'라고 까지 불리는 성룡의 액션은 무술에 유머를 덧입힌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 어리숙한 표정과 사람 좋은 미소에서 배어나는 인간미는 그 매력을 배가시킨다.

54년 4월 7일 홍콩 출생. 본명은 진항생이다. 너무도 가난했던 어린시절 배고픔을 달래고자 일곱 살 때 경극학교에 들어갔다. 아침 다섯 시에 일어나 한밤중까지 훈련하는 고된 일과였지만 굶주린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여기서 홍금보, 원표와 함께 7소복이라 불리며 춤과 노래, 무술과 기계체조 등 액션의 기초적인 것을 모두 배웠다. 홍금보가 감독한〈7소복〉은 바로 이들의 어린 시절을 자전적으로 그린 영화이다.

학교를 졸업했을 때쯤 중국 오페라는 이미 사양길에 접어들었지만 오페라 대신 이소룡 영화에 스턴트맨으로 참여할 수 있었고 어렸을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무술을 연마한 덕분에 제작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8세에 처음〈대소황천패〉에 아역으로 출연했으며 성인 데뷔작은 72년〈드래곤의 철권〉이다.

이소룡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침체에 허덕이고 있던 홍콩 영화를 아시아의 맹주로 부상시킨 것도 바로 성룡이다. 원래 이름을 버리고 이소룡의 뒤를 잇는다는 의미의 성룡으로 바꾼 그는 여러 무술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고민하던 성룡은 이소룡과 반대되는 이미지로 큰 성공을 거뒀다. 즉, 이소룡이 냉정하고 차분한 이미지였다면 성룡은 인간적이고 코믹한 이미지로 변신,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아직까지도 기억에 선명한 〈취권〉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취권〉은 79년 서울에서도 70만의 관객을 동원한 초대형 흥행작. 중국 남부 광동 무술의 신화적 인물인 후왕 페이홍이라는 실제 인물의 일대기를 다룬 이 작품은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무술로 코믹 무협영화의 붐을 불러일으키며 수많은 아류작을 양산했다.

〈사제출마〉,〈사형도수〉등 '취권'류의 영화가 잇달아 흥행에 성공, 탄탄대로를 걷던 성룡은 재키 찬(Jackie Chan)이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A〉,〈미라클〉,〈용형호제〉등을 미국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특히, 〈폴리스 스토리 4〉,〈성룡의 홍번구〉,〈성룡의 CIA〉,〈러시 아워〉등은 90년대 후반 미국 박스 오피스를 강타한 히트작으로 오우삼 감독과 함께 헐리웃 입성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샹하이 눈〉역시 전형적인 '성룡식' 코믹액션 영화다. 전작〈러시 아워〉의 크리스 터커에 이어 오웬 윌슨과 짝을 이룬 이 영화는 이전 작보다 더욱 유머러스하면서 유쾌한 작품.

액션의 스케일은 예전에 비해 눈에 띄게 줄었지만 코미디적인 요소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 반대로 영화의 스케일은 커졌다. 중국의 자금성, 미국의 인디언 부락, 중국인들의 서부 철도건설현장, 미국 서부시대의 웨스턴 타운 등 동서양을 넘나들며 웅장함으로 자랑한다.

벌써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여전히 활기차게 무대를 누비며 자신의 온 몸으로 열연하는 성룡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왜 세계적 스타인지, 진정한 장인으로 평가받는 지를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나는 결코 특수효과를 사용하지 않는다. 내 자신이 특수효과다.' (성룡)

성룡 팬클럽
http://my.netian.com/~oyong/

성룡 공식 홈페이지
http://www.stareastnet.com/tc/artist/jackieclub/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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