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중국·인도인들 커피에 맛 들이면 값 뛸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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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안 코나 커피 농장을 운영하는 김은상씨는 미국커피협회(SCAA) 공인 ‘커퍼(Cupper)’ 자격증도 갖고 있다. [김태성 기자]

‘하와이안 코나’ 커피. 자메이카 블루마운틴과 예멘 모카와 더불어 세계 3대 프리미엄 커피로 꼽힌다. 산지 가격이 보통 커피의 4~5배다. 하와이 본섬인 빅 아일랜드 서쪽 코나 지역에서만 재배된다. 일본이 해마다 수확량의 80% 이상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다른 나라에서는 여간해서 맛보기 힘든 커피이기도 하다.

 이런 하와이안 코나 커피 현지 농장의 지분을 가진 한국 이민자가 있다. 김은상(44)씨다. 커피 사업과 관련해 한국에 들른 그를 지난 6일 만났다.

 김씨는 “머지않아 원두커피도 와인처럼 재배 농장을 따져가며 사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각지의 커피 경매시장을 돌아보고 내린 결론이다. 그는 “품종과 재배 지역이 같아도 농장에 따라 커피 생두(로스팅해 원두로 만들기 전의 커피) 값이 3~4배까지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커피 문화가 발달한 나라의 애호가들이 농장을 가려 커피를 사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김씨는 “한국도 커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만큼 곧 (재배한) 농장까지 확인하는 문화가 퍼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국제 커피 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중국과 인도인들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25억 명 인구가 커피에 맛을 들이게 되면 수요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난다”는 이유다.

 국내 무역업체에서 일하던 김씨가 코나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1998년. 하와이의 학교법인으로 일자리를 옮기게 됐는데, 그 때 하숙을 한 집이 코나 커피 농장이었다.

 “아침마다 커피를 로스팅하는 냄새에 이끌려 관심을 갖게 됐죠. 2000년대 초 아예 20만 달러(2억3000만원)를 주고 약 24만㎡(7만3000평) 짜리 하숙집 주인의 농장을 사들였습니다.”

 농장을 운영하다보니 땅이 다른 곳보다 척박한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그래서 세계를 돌며 좋은 커피를 찾아내 공급하는 ‘커피 헌터’로 진로를 바꿨다. 실력을 키워 2010년 말 미국커피협회(SCAA)가 공인하는 ‘커퍼(Cupper)’ 자격증을 땄다. 와인 소믈리에와 비슷한 것으로 커피 맛과 향을 품평하는 것은 물론, 생두를 눈으로 보고 언제 수확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어야 주는 자격증이다.

 커피 헌터 겸 국제 유통업자로 일하기 위해 농장은 지분 20%만 남겼다. 지난해부터는 ‘하와이 커피 협회’라는 코나 커피 생산자 단체의 제품을 한국의 카페 체인 ‘망고식스’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원두커피를 찾는 국내 애호가들에게 이렇게 귀띔했다. “원두커피를 보면 보통 유통 기한이 1년이라고 돼 있지요. 하지만 제조일자를 살펴 두 달이 넘은 것은 사지 마세요. 그 이상 묵으면 맛과 향이 뚝 떨어집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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