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잘 안 낫는 감기, 다윈의 진화론에 답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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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다윈 지능
최재천 지음
사이언스 북스
312쪽, 1만5000원

찰스 다윈(1809~82)이 150여 년 전에 내놓은 진화라는 개념은 일대 사상혁명을 몰고 왔다. 다윈은 플라톤이 ‘정형으로부터의 일탈 또는 편향’이라고 낮춰 봤던 변이가 실은 생명 활동을 주도하는 기본 원리임을 설파했다.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변하는 게 생명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 개념은 인간의 사고방식과 사물을 보는 눈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 자연과학은 물론 다양한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사고 틀로 활용됐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을 모색해온 지은이는 이 책에서 ‘진화론으로 세상보기’를 시도한다. 다윈이 진화론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고, 이끌고 있는지를 쉽고도 살갑게 들려준다.

 예로 감기와 항생제 이야기를 들어보자. 항생제는 곰팡이가 진화 과정에서 병원균과 싸우려고 개발한 화학무기다. 그런데 인간이 1941년 페니실린을 실용화하자 이번엔 병원균들이 진화했다. 초기엔 페니실린으로 거의 모든 종류의 포도상구균을 제거할 수 있었으나 곧 몇몇 균주가 페니실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만들도록 진화해버렸다. 지금은 포도상구균의 95%가 페니실린에 저항성을 나타낸다. 다윈이 말한 진화와 자연선택은 이렇듯 바로 우리 앞에서 현재진행형으로 존재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문제도 인위적 선택과 관련 있다. 닭은 오랜 세월에 걸쳐 ‘알 낳는 기계’로 개량되면서 서로 유전자가 비슷해졌다. 유전적인 획일성 때문에 한 마리가 특정 바이러스에 취약하면 다른 개체도 모두 그렇다. 정작 조류바이러스를 옮기는 철새는 유전적으로 다양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특정 바이러스에 약한 일부가 매년 희생돼도 강한 개체들은 살아남기 때문이다. 이러한 진화와 유전 지식을 활용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자는 게 지은이의 제안이다. 이렇듯 우리는 사상가 다윈의 유산 속에 살고 있다.

 다윈 지능이란 책 제목은 수많은 학자가 다윈의 진화론을 계승, 발전시킨 것을 가리킨다. 지성이란 낱말에 불편을 느껴 지능이란 말을 대체했다. 지은이가 56편의 서평으로 현대인의 생활양식을 살펴본 『통섭의 식탁』(명진출판사, 360쪽, 1만5000원)도 동시에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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