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기필코 대학 들어간다 … 먹고 자는 시간도 아깝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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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학원 재학생들은 아침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철저한 학습지도·관리 교육과정에 맞춰 수능시험을 준비한다. 사진은 성균관에듀 기숙학원 윤규진군이 기숙사에서 아침에 기상하고, 식사를 하고, 방과 후 자율학습을 하는 하루 모습(왼쪽부터). [최명헌 기자]

다음달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임승민(18·대구)군은 2012년 새해를 기숙학원에서 맞았다. 한 해를 준비하느라 다들 분주한 이날 임군은 차분한 마음으로 15시간 공부에 전념했다. 지난해 마지막날도 평상시와 다름없었다. 하지만 힘들지 않다.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시작한다는 생각에 오히려 마음이 뿌듯하다. 임군은 지난달 공군사관학교의 합격자 발표가 있던 날 재수를 결심하고 대구를 떠나 낯선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성균관에듀기숙학원에 들어왔다. 입소해보니 자신과 같은 목표를 가진 학생들이 이미 지난해 11월 말부터 들어와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는 “공군사관학교에 지원해 고배를 마셨지만 올해는 반드시 성적을 올려 육군사관학교에 지원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이 기숙학원에는 2월 대입 정규반 개강에 앞서 임군을 포함한 75명의 학생들이 선행반에서 기초를 다지고 있다. 임의영(18·대전)군은 “다른 학생들보다 빨리 시작하고 싶어 일찍 입소했다”며 “생활과 학습 리듬을 이미 수능 모드에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윤규진(19·서울)군은 이번이 세번째 도전이다. 지난해 이 기숙학원에서 재수를 하며 성적을 많이 올린 뒤 욕심이 생겨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섰다. 고3 때는 전 영역이 7~8등급이었지만 지난해 3~4등급으로 올리고, 올해는 1등급이 목표다.

윤군의 하루는 오전 6시 30분에 시작된다. 전날 새벽 1시 30분까지 심야자습을 한 터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아직 힘들다. 그는 “일주일만 지나면 아침 일찍 일어나고, 하루 14~15시간 앉아 공부하는 습관이 생긴다”고 했다. 윤군은 점심시간에 학습매니저실을 찾았다. 지난해 윤씨의 담임이었던 곽동원 학습매니저가 다시 공부를 시작한 그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끈기가 다소 부족한 윤군에게 “성적이 올랐지만 자만하지 말고 지금의 마음가짐을 11월까지 꾸준히 지켜나가야 한다”고 일렀다. 이 기숙학원 원생들은 이틀에 한 번 20~40분 정도 학습매니저에게 상담을 받는다. 학습계획표와 수업 이해도, 노트, 테스트 등을 통해 학습 점검을 받는 것이다. 7~8월과 6·9월 평가원 모의고사를 치른 후에는 학습 상담이 잦아진다. 윤군은 “슬럼프가 오면 매니저 선생님이 타이트하게 학습 계획을 짜준다”며 “쉬어가거나 느슨한 것보다는 학습량이 많은 것이 재수생활의 슬럼프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자습시간에는 수학그룹지도나 논술을 선택해 들을 수 있다.

밤 11시 30분. 윤군은 매일 저녁 점호를 마친 후 숙소를 빠져 나온다. 심야 자습을 하기 위해서다. 새벽 2시가 되어야 윤군의 하루가 끝난다. “모두 올해는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커요. 시간을 더 투자하니까요. 하루 15시간 공부하는 게 힘들지 않느냐고요? 목표가 있으니 즐깁니다.”

대입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 기숙학원을 찾은 학생 대부분은 자기 관리에 어려움을 느낀다. 노는 것을 좋아하거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성격의 학생들이 많다. 이곳에 3~4등급 학생들이 많은 이유도 공부의 기본은 있지만 주위 환경 때문에 관리가 안 돼 성적이 오르지 않는 경우다.

이대영(18·서울)군은 기숙학원을 선택할 때 남자들만 생활하는지를 먼저 고려했다. 그는 “남녀가 함께 공부하는 기숙학원에 갔다가 재수생활에 실패했다는 주위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국 50여개의 기숙학원 중 남학생 전용은 6곳, 여학생 전용은 1곳 정도다.

이종우(18.인천)군은 학원 시설을 꼼꼼히 체크했다. 숙소에서 6~7명씩 생활하는 곳이 있다고 해 2인 1실 기숙학원을 찾았다. 주위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잠을 푹 잘 수 있어서다. 기숙학원 전용으로 건물이 지어졌는지, 3~4년의 학원 운영 경험이 있는 곳인지도 고려 대상이다. 이군은 “인원이 800~900명 정도면 관리가 어렵고, 인원이 너무 적으면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아 200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성균관에듀기숙학원 김동춘 원장은 “10개월은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전화나 인터넷, 책자 등을 참고해 3~4곳을 선정한 후 직접 시설과 수업, 식사 등을 확인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 원장은 “부모가 강제로 자녀를 기숙학원에 보내면 생활이나 학습적인 적응이 안 돼 퇴소하게 된다”며 “요즘은 학생들 스스로 재수를 결정하고 기숙학원을 정해 적응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설명했다.

글=박정현 기자
사진=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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