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박찬호, 이젠 코너웍으로 이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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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심한 감기 몸살로 한 경기를 거른 박찬호가 절정의 볼감각을 자랑하며 시즌 12승(8패)을 따냈다. 그것도 완투승으로.

상대인 뉴욕메츠는 박이 통산 2승2패에 방어율 2.16을 기록하며 자신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어 적지 않이 부담된 것이 사실이었다.

더구나 무더운 낮경기여서 몸 상태가 관건이었지만 우려를 깨끗이 날리듯 투구동작이 아주 부드러웠다. 특히 오늘 승리의 원인은 '코너웍'이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직구와 체인지업은 벳중심에 맞추기 어려운 공이었다.

1회 천적인 데릭벨에게 직구를 던지다 좌월홈런을 허용했지만 벨의 타격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직구를 노리고 타석에 들어섰고, 오픈스탠스에서 왼발이 땅에 내닫는 순간 공을 몸에 받쳐놓고 풀스윙을 했다.

박은 이후 의기소침하지 않고 상대타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선두타자를 단 한차례만 진루시켰고 그마저도 포수의 롱텍에 걸리며 편안히 와인드업모션을 사용할 수 있었다. 박의 제구력이 호조를 보이자 상대타자들이 경기 초반 이를 간파했고 3회부턴 적극적인 초구 공략에 나서고도 번번히 범타로 밀려 투구수도 줄일 수 있었다.

6회 데릭벨에 유인공을 뿌리며 볼넷을 허용했지만 영리한 전개였고, 9회엔 기어코 삼진을 잡아내며 승부근성을 보였다.

3회 셰필드와 케로스의 징검다리 홈런으로 힘을 얻은 박찬호는 5회까지 60개의 공을 던지고 일찌감치 승리요건을 갖추며 여유있는 투구를 이어갔다.

더더욱 칭찬할 일은 오늘 메츠의 잔루가 4개에 불과하다는 것. 루상에 주자가 없으면 투-포수는 물론 야수들이 안정감을 갖는다. 거기에 삼진10개를 잡아낸 것도 위력투의 증명.

6월 14일 애리조나전 이후 2달여만에 맛보는 완투승(통산6회)은 관중들의 기립박수와 함께 국내팬들에게도 감동으로 전해온다.

다저스의 존슨 감독은 시즌 초반 박의 들쭉날쭉한 제구력을 의심하며 '박찬호는 나에게 영원한 숙제'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오늘 존슨 감독은 표정은 숙제를 해결한 모습이었다.

포스트시즌을 향한 마지막 사력을 전개하는 다저스에 있어 박찬호는 그야말로 첨병 역할을 하며 앞서 걷고있다. 하지만 송곳으로 찌른듯한 코너웍을 오늘처럼 동반하며 걸어야함을 잊어선 안된다.

그것이 더 많은 승수를 챙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승패 여부를 떠나 마운드의 박찬호를 바라보는 국내외 팬들의 기대이자 간절한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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