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에게 어떤 책이 좋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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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독서시장 가운데 최근 몇년새 20% 내외의 이례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분야가 어린이용 책이다. 불과 육칠년전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변화지만, 실은 오랫동안 방문판매 방식에 떠맡겨졌던 전집류 시장이 '출판물의 꽃' 인 단행본 시장으로 전환하리라는 예측은 당연한 것이기도 했다.

저자 최윤정은 불문학자이자 아동출판물 기획자( '문지아이들' 편집위원) 겸 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여성. 이번 신간 〈슬픈 거인〉은 4년 전 펴낸 〈책 밖의 어른, 책 속의 아이〉에 이은 아동문학 평론집이다.

책의 성격은 계몽서 성격의 입문서와 본격적인 평론이 섞여 있고, 기조는 '좋은 어린이 책을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리적으로 대거 쏟아져 나오는 아동서 중 어떤 것을 골라야 하는가 하는 학부모들의 고민과 같이 하는 것이다.

〈슬픈 거인〉이라는 다소 문학적인 책 제목도 그런 문제의식을 반영한다. 슬픈 거인은 유명한 클로드 퐁티의 그림책 슬픈 거인에 나오는 캐릭터. 그 거인은 몸집이 너무 커서 꼬마들이 사는 '집나무' 에 들어갈 수 없다. 즉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인공이다.

저자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어린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어른들은 어린이 책을 더 많이 접해야 하며, 그래야 학교 붕괴 같은 우울한 현상도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기왕에 발표됐던 글들이라서 체계적이지는 않지만 폭력 속에 사는 아이들에 대한 고발, 어린이 책 속의 페미니즘 등은 흥미롭게 읽힌다.

〈아기 돼지 삼형제〉등 애니메이션 세계명작의 경우 그 텍스트 안에 담긴 두루뭉실한 해피엔딩의 처리와 이데올로기 등에 제동을 건다.

마지막 장은 어린이 책 읽기의 구체적인 독서지도를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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