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릴레이 인터뷰] 5. 한갑수 농림부장관

중앙일보

입력

한갑수(韓甲洙)농림부 장관은 "나는 이제 농민 이익의 대변자" 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인터뷰 내내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는 이번 인사를 두고 '통상정책에서 가끔씩 외곬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농림부를 순치시키려는 포석' 이라는 일부 해석을 뒤집기 충분한 것이었다.

환경부 차관, 경제기획원 차관,가스공사 사장 등 최근 그의 경력에는 비(非)농업적 성향이 묻어있다.

하지만 그는 1970년대 농림부 농정국장을 지냈던 인물. 다시 돌아와 한국 농업의 최일선에 선 韓장관은 무척 다부진 자세였다.

- 개방화시대와 관련해 농업이 다른 산업 및 수출정책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원론적이지만 무역마찰을 가급적 줄이고 시장경제 원리를 지키면서 농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그리고 쌀 농사가 그렇듯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앞으로 진행될 뉴라운드 협상에서도 쌀의 완전개방보다 지금처럼 일정량만 의무적으로 수입하는 정책을 고수할 것이다."

- 오래 전부터 농림부는 국제경쟁력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국가차원에서도 그동안 수십조원의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하게 성과는 없는 것 같다.

"98년까지 42조원을 투자했고, 앞으로도 2004년까지 45조원을 추가로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도시인들은 농업에 너무 돈을 붓는다고 하겠지만 농민은 부족하다고 한다. 오히려 금융개혁 차원에서 은행에 수십조원씩 돈을 넣으면서 농업에는 왜 더 안주느냐고 하는 실정이다. 상호이해가 부족한 게 사실이다."

- 그렇게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이다. 농업이라는 것은 원래 투자효과가 금방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뭐했느냐는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벼농사만 하더라도 이제는 어느 새 생산기반 정비가 이뤄져 기상재해에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체제가 됐다. 부분적으로도 장미.선인장 등 화훼.채소의 국제경쟁력도 높아지고 있다."

- 최근 전농(全農)시위에서 나타났듯이 부채상환 연기나 지급보증 탕감을 주장하는 농민단체들도 있는데.

"부채나 지급보증의 완전탕감 등은 옳지 않다. 이 문제는 정부가 부채를 갚아주는 것이 아니라 농민이 부채를 갚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을 높이는 방식으로 접근하려 한다. 그리고 올해 시행하려다 보류됐던 직불제(생산보조금이나 수매가 인상 대신 생산농민에게 직접 무상 장려금을 지급하는 지원정책)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 얼마 전 마늘수입과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가 논란이 됐고, 현재 진행 중인 칠레와 자유무역협정에도 농림부는 보수적인 입장이다.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만 하더라도 수입 쇠고기가 자꾸 한우로 둔갑해서 판매되니 소비자들도 불만이고 한우를 키우는 농민들도 불만이다. 여기서 대응책을 내놓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그런데도 이를 세계경제 실정을 모르는 소치로 몰아가는 것은 잘못이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도 단순히 포도 농가뿐만 아니라 국내 대부분 농가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판단해야 하는 문제다."

- 농림부가 농민의 이익만을 대변하다 보니 국가 전체의 이익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경제적 강자논리로 또는 다수의 논리로만 농업을 보자면 결론은 간단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며 국민 모두 이를 잘 안다고 본다. IMT - 2000(차세대 이동통신)이 아니라 'IMT - 2억' 이 되더라도 농업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 그래도 산업정책과의 조화는 필요한 것 아닌가.

"농림부는 농민을 앞세워 무조건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양보 일변도도 곤란하다. 전반적인 개방정책과 조화를 찾는 일이 관건이다. 그래서 여론형성층의 이해도 긴요하다."

- 새 경제팀에서 농림부의 역할이 특별히 달라지는 부분이 있나.

"발령받은 다음 날 대통령께 농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우리들의 삶 그 자체로 보겠다는 요지로 보고를 드린 바 있다. 또 다른 장관들에게는 농업을 비교우위론만으로 파악하지 말아달라고 이해를 구했다. 정부 내 조율에 더 힘을 쏟아야 할 것 같다."

- 그것이 평소의 입장이었나.

"나 자신 농민의 자식이고, 오래됐지만 실무 농정을 직접 관장했던 사람이다. 농업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김정수 수석전문위원.이효준 기자

<인터뷰 순서>

①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②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③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④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
⑤5한갑수 농림부장관
⑥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⑦진 념 재정경제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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