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RB, 오바마맨으로 채워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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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제러미 스타인(左), 제롬 파월(右)

버락 오바마(50) 미국 대통령이 통화정책 전령을 28일 새벽(한국시간) ‘간택’했다. 제러미 스타인(51) 하버드대 교수와 제롬 파월(58) 양당정책연구소(BPC) 연구원이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상원 인준을 받으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가 된다. 그동안 공석이었던 두 자리가 채워지면서 오바마식 통화정책 색깔이 더욱 강해질 듯하다.

 오바마는 공화당을 의식해 균형을 맞췄다. 스타인은 오바마 편이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자문관이기도 했다. 금융통화정책 전문가다. 반면 파월은 공화당 편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냈다. 파월은 사모펀드 칼라일 파트너이기도 했다.

 앞서 공화당은 오바마가 이사로 지명한 피터 다이아몬드(71) MIT대 교수의 인준을 거부했다. 공화당은 다이아몬드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기는 했지만 금융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었다. 다이아몬드 교수는 고용 전문가다. 그 바람에 다이아몬드 교수는 올 6월 스스로 후보직을 사퇴했다. 공화당이 반대한 속내는 “오바마가 FRB 이사 7명을 자기 색깔의 사람으로 채운다는 우려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실제 오바마처럼 FRB 이사 7명을 모두 간택한 대통령은 일찍이 없었다. FRB 설립 원년인 1913년 첫 이사 후보를 간택한 우드로 윌슨 전 대통령도 임기 중 FRB 정원인 7명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게다가 오바마가 지금까지 지명한 이사는 모두 인플레이션 억제를 주장하는 ‘매파’가 아니었다. 그들은 고용을 중시하는 비둘기파였다.

 미 상원은 내년 1월 23일 이후 인준 절차를 시작한다. 블룸버그 통신은 “공화당이 버냉키의 간택에 흡족해 할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공화당 편인 파월조차 비둘기에 가까워서다. 그는 버냉키가 단기 채권을 팔고 장기 채권을 사들이는 정책(트위스트작전)을 지지하는 발언을 최근 했다.

 연방정부 부채한도 논쟁이 비등할 때 파월은 “그 한도를 늘려주지 않으면 대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사실상 오바마 입장을 지지했다. 오바마가 겉만 공화당 편이고 속은 자기 편인 인물을 뽑은 셈이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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