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분위기타고 '북한신드롬'확산

중앙일보

입력

8.15 이산가족 상봉을 계기로 사회 경제 문화 등 각계 각층에서 북한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직장에서도 북한관련 얘기는 가장 큰 화제거리. "어제 TV봤어? 나이 드신 분들 쓰러질까 걱정되더라"로 시작해서 "눈물이 나 혼났어" "요즘처럼 어르신들 TV에 많이 나오기도 처음이지?"라며 이산가족 상봉에서 보여지는 표정 하나하나가 모두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 북한관련 설문조사 늘어 = 북한관련 설문조사가 단연 인기다. LG칼텍스정유가 실시한 "북한 동포에게 가장 주고 싶어하는 선물은?"이란 설문조사에서는 휴대폰이 첫째로 꼽혔다. 남과 북의 주민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의미다.

현대정보기술이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김정일 위원장의 E-메일 아이디로 무엇이 좋을까?"란 설문조사에서는 `카리스마' '터프가이' '원샷' '나이스김' '아바이' '배추머리' '펭귄' '뚱뚱수령' '똥배(ddongbae)
' 등 다양한 응답이 나왔다.

◇ 북한음식 인터넷 사이트 인기 = 평양비빔밥, 평양온반, 북한식 보쌈김치 등 북한요리 방법과 귀순자들이 운영하는 식당 등을 소개한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어머니와 함께 북한음식을 직접 해먹으려고 북한요리길잡이 (http://www.northfood.co.kr)를 찾은 이원석씨<mirearo@chb.co.kr>는 "덕분에 온반 한번 잘 먹어보겠다"고 감사의 글을 띄웠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강란규씨는 "북한의 맛을 알면 북한을 잘 아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이트 개설 취지를 밝혔다.

기업체 사내식당에 북한음식이 등장하기도 했다. SK글로벌은 16일 점심식사 식단으로 김대중 대통령이 방북 첫날 극찬했던 '평양온반'을 내놓아 직원들에게 큰 인기를 모았다. 이날 '평양온반'에는 녹두빈대떡, 명태찜구이 등이 곁들여져 구내식당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기도 했다.

◇ 영화·가요계도 북한 바람 = 최초의 북한영화 '불가사리'가 뼈아픈 흥행참패의 시련을 맛봤지만 문화예술계에 북한열기는 식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분야는 가요계. 김정일 위원장이 이미자, 김연자씨 등의 초청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의 북한 공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으며, 북한노래 '휘파람''반갑습니다' 등을 불러 화제를 모은 '통일소녀' 역시 이산가족상봉기간 중 방송과 라디오에 자주 소개되고 있다. 올해초 북에서 귀순한 북한연예인 출신 김은실씨도 '기러기떼 날으네'라는 새 앨범을 내놓기도 했다.

◇ 통일대비 금융상품도 잇따라 = 금융권 역시 국민들의 이목이 북에 쏠린 이 기회를 놓칠 새라 신상품, 이벤트를 끊이지 않고 내놓고 있다.

한빛은행이 지난 95년부터 시판한 통일로미래로 통장은 최근 가입문의가 폭주하며 판매실적도 크게 늘어 3천5백억을 돌파했다. 이 통장은 지급이자의 1%를 통일염원 성금으로 출연하는 것이 특징. 또 외환은행은 북한가족 상봉비용을 신용대출하면 금리를 일부 낮춰주는 행사를 펼치고 있다.

Joins.com 손창원 기자 <pendori@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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